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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54

여행이 마렵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여행이 너무 마렵다. 뭔가 이색적인 경험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새로운 경험을 원해서 여행이 마려운 것은 아니다. 단지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고, 아무도 내게 무언가 부탁하지 않는 그런 장소와 시간 속에서 조용히 쉬는 시간을 갖고 싶을 뿐이다.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발길 닿는 곳으로 몸을 움직이고, 낯선 음식을 먹고, 가까워진 여행객들과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가깝거나 날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뒤늦게 맛을 알아버린 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직장에서 맡은 일이 많아지면서 근 3년 간 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사람은 갖지 못하.. 2021. 10. 7.
아이폰13을 사지 않기로 했다. 애플의 최신 휴대폰인 아이폰13 시리즈가 발표됐다. 1차 출시국에서는 이미 판매가 시작됐고, 해외 유투버들이나 해외에 거주한 유투버들, 혹은 발빠르게 기기를 구한 국내 IT관련 유투버들도 아이폰의 언박싱 영상이나 실물 후기, 간단한 사용기를 다룬 영상을 만들어 계속해서 업로드하는 중이다. 휴대폰부터 태블릿, 무선 이어폰, 스마트워치, 노트북까지 전부 애플의 제품을 사용하는 진성 '앱등이'인 나는 휴대폰 교체 주기와 관계없이 9월 신제품 발표 키노트를 포함해 IT유투버들의 애플 관련 영상을 대부분 챙겨보는 편이다. 특히 올해는 새로 출시 된 아이폰13 시리즈에 관심이 더 갔는데, 그 이유는 휴대폰 교체 주기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X는 2017년 12월 10일에 구매했다. 4년 가까이 .. 2021. 9. 28.
카메라 셔터만 누를 줄 아는 나의 카페 메뉴 촬영 도전기 아는 동생이 카페를 오픈했다. 같은 지역은 아니고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문막에 위치한 작은 카페인데 정식 오픈 전에 친구들과 함께 축하도 할 겸, 메뉴들 시식도 할 겸 찾아 간 적이 있었다. 코로나 시국에 새로 영업을 시작하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꼼꼼하고 소신있는 성격을 가진 동생이니 잘 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도 있었다. 가게는 넓지 않았지만 갖출 건 다 갖춰져 있었다. 맛을 봐달라며 만들어 준 음료들이나 빵, 샌드위치도 모두 맛과 가격이 양호해서 이 동생이 카페를 오픈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메뉴판과 배달의 민족에 들어갈 메뉴 사진이었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몇 장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평소 사진을 즐겨 찍거나 했던 녀석이 아니라서 카페 음료나 샌드위치 .. 2021. 4. 12.
봄과 함께 노잼 쿨타임이 돌아왔다 누구에게든 그게 언제이든 세상 모든 일에 흥미가 없고 재미도 없는 노잼 시기가 있다. 아니 있어야만 한다. 만약 이 전제를 부정하면 최근 내 상황과 심정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한 무신경, 무기력, 무심, 무의미… 아무리 힘들고 피곤하고 짜증이 나도 그 순간에는 극단적인 쾌락과 기쁨을 주던 퇴근과 주말, 그리고 맥주 한 캔, 커피 한 잔, 크리스피크림의 미니 오리지날 글레이즈드, 퇴근하고 소소하게 즐기던 게임들 조차도 요즘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 야식을 시키기 위해 매뉴를 고민하거나 관심있는 분야의 유투브 영상을 보거나, 적당한 날씨에 산책을 하거나, 단골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일상 속 소소한 기쁨들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햇살도 쨍쨍해진 봄날이 왔으니 그에 걸맞게.. 2021.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