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여행이 너무 마렵다. 뭔가 이색적인 경험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새로운 경험을 원해서 여행이 마려운 것은 아니다. 단지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고, 아무도 내게 무언가 부탁하지 않는 그런 장소와 시간 속에서 조용히 쉬는 시간을 갖고 싶을 뿐이다.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고, 발길 닿는 곳으로 몸을 움직이고, 낯선 음식을 먹고, 가까워진 여행객들과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가깝거나 날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뒤늦게 맛을 알아버린 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직장에서 맡은 일이 많아지면서 근 3년 간 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사람은 갖지 못하는 것을 욕망하게 되나보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있으니 여행이 날이 갈수록 간절해지는 기분이다. 시간만 허락되면 목적지가 어디든 갈 수 있었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엔 국내 여행지나 낯선 지역을 여행의 목적지로 삼았다면 이제는 해외로 나가보고 싶다. 여행 초보가 혼자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매일 검색한다.
매일 상상 속에서만 떠나는 이 여행이 언제 현실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사진과 영상도 많이 남기면서 즐겁고 여유로운 여행을 만끽하고 싶다. 나는 언제쯤이면 가슴이 터져서 견디기 힘들 것 같은 이 일상을 벗어나서 혼자만의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그 날은 누가 쳐다보든 말든 크게 노래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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