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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54

201025 일요일 친구들과 저녁을 먹었다. 정확하게 7시에 호연이 이모님이 하시는 삼겹살 집에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자리에 오기로 했던 슬기는 어쩐 일인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 다섯 명이 다 모이지 못해 아쉬웠지만 뭔가 일이 있겠다고 생각하며 모인 친구들끼리 밥을 먹기로 했다. 집에 있을 땐 주로 나나 동생이 고기를 굽는데, 친구들과 있을 땐 늘 동길이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같이 모여서 고기를 먹을 때면 집게와 가위는 늘 동길이 손에 쥐어져있게 됐다. 워낙 함께 해 온 세월이 오래 됐기에 이 친구는 우리가 원하는 고기의 크기와 익힘 정도를 잘 알고 있다. 고기의 크기가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게 잘라주는데다, 불판 위에 익은 고기의 양도 알맞게 유지하는 그 능숙.. 2020. 10. 27.
201023 금요일 요즘들어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다. 호준이 준서 운행을 하면서 사먹은 붕어빵이 제대로 소화가 안 된 모양이다. 요즘들어 밤만 되면 속이 계속 더부룩하고, 뭔가 가슴에 걸려 있는 것 같은 갑갑함이 남아 있다. 시험이 끝났다고 고등부 아이들이 온갖 핑계를 대며 결석을 했다. ‘이 녀석들 시험 끝나는 날 하루 쉬었음, 다시 마음 잡고 공부하지.’라는 생각과 ‘그래, 뭐 하루 쯤 더 쉰다고 어떻게 되나. 나도 피곤하다.’라는 생각이 공존했다. 언제든 그렇지만 시험을 잘 본 아이들과 못 본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내게 자신의 점수를 알려왔다. 잘 봤다는 아이들에게 격려를, 실망스럽다는 아이들에게 위로를 하며, 다음 시험엔 모두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퇴근하고 찬미가 챙겨 준 소화제를 먹고는 오랜.. 2020. 10. 26.
아이폰12 프로 사전예약 도전기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은 2017년 12월에 구입한 아이폰X다. 아주 멀쩡하다. 나는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도 휴대폰을 깨끗하게 쓰기로 유명한데, 어느 정도냐 하면, 아이폰X를 구매하고 3년 가까이 사용하면서 단 한 번도 떨어트린 적이 없으며, 그 흔한 액정 파손이나 모서리 기스도 없기에 그야말로 특A급 중고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애초에 내가 휴대폰을 조심해서 사용한 덕분이다. 휴대폰을 어느 정도로 조심해서 쓰느냐하면, 휴대폰이 들어있는 주머니엔 동전 하나도 넣지 않는다. 흠집이 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은 특별한 고장이나 파손이 없다는 전제하에 앞으로 2, 3년은 충분히 사용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나는 22일에서 23일로 넘어가는 자정.. 2020. 10. 25.
201020 화요일 네덜란드였는지 아이슬란드였는지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 떠나보는 해외여행지 비행기표를 들고 공항으로 가는 꿈을 꿨다. 나는 아이돌 가수가 오디션 보는 것처럼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나 타국에 나간다는 사실에 필요이상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이미 수 십 번은 확인한 것 같은 비행기표와 여권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꺼내서 쳐다보고 집어넣기를 반복한 기억이 선명했다. 가끔은 꿈을 꾸면서도 내가 꿈 속에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꿈 속의 상황을 즐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꿈은 너무 생생해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찌되었든 꿈의 결말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비행기를 타지 못한 쪽으로 났다. 이것으로 난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대한민국을 떠나 본 적이 없는 남자로 남게 됐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 8시부터.. 2020.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