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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이폰12 프로 사전예약 도전기

by R첨지 2020.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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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은 2017년 12월에 구입한 아이폰X다. 아주 멀쩡하다. 나는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도 휴대폰을 깨끗하게 쓰기로 유명한데, 어느 정도냐 하면, 아이폰X를 구매하고 3년 가까이 사용하면서 단 한 번도 떨어트린 적이 없으며, 그 흔한 액정 파손이나 모서리 기스도 없기에 그야말로 특A급 중고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애초에 내가 휴대폰을 조심해서 사용한 덕분이다. 휴대폰을 어느 정도로 조심해서 쓰느냐하면, 휴대폰이 들어있는 주머니엔 동전 하나도 넣지 않는다. 흠집이 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은 특별한 고장이나 파손이 없다는 전제하에 앞으로 2, 3년은 충분히 사용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나는 22일에서 23일로 넘어가는 자정 시간에 쿠팡 홈페이지를 열어놓고 아이폰12 사전구매 페이지를 새로고침 했을까?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 생활을 하려면, 내게 딱 맞는 저렴한 요금제에 기계값도 나가지 않는 현재의 휴대폰을 최대한 오래 써야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이 지시하는 소유욕은 언제나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어느새 ‘내가 아이폰12 프로를 구매해야 하는 10가지 이유  따위의 말도 안되는 목록을 적어내려가며, 사전예약을 위해 쿠팡 홈페이지를 새로고침하고 있는 나를 정당화 하고 있었다. 

출처 : 애플 공식 홈페이지

 

 아이폰 6 때부터 아이폰을 포함해 다양한 애플의 기기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전구매는 처음이었다. 22일 밤 11시 58분부터 노트북 앞을 지키고 있자니 제자들이 종종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티켓 구매창을 새로고침 할 때의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아이폰12 시리즈는 사전예약 시간이 5분도 지나지 않아 전부 매진되었고, 나는 구매에 실패했다. 아주 잠깐 결제창까지 간 적이 있었지만 할부 개월을 정하고 결제를 눌러보니 이미 매진된 후였다. 하마터면 죄없는 노트북 화면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줬다 뺏는게 어딨냐고 소리지를 뻔 했다. 

새벽 시간이 될 때까지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쉬움을 달래며 겨우 잠이 들었다가 다음 날 확인해보니 아이폰12 사전구매율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전구매를 통해 자급제로 아이폰12 프로를 사용해보려던 계획은 물건너갔지만 새롭게 경험해보는 과정 자체가 스릴 있으면서도 새로운 경험이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사실 꼭 성공해서 구매했으면 하는 마음과 다소 충동적으로 구매하려고 하니 어떻게든 당장 구매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반반씩 있었다. 단번에 1차 사전 구매에 성공해 새로운 아이폰을 사용하며 만족해하는 쪽도 행복하겠지만, 매 월 갚아야하는 카드 청구서를 가볍게 유지하는 쪽도 행복한 결말이 아닐까? 

 

 새롭게 출시 된 아이폰12 프로를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제일 빠르게 구매해서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5G 요금제가 아닌 LTE요금제로 마음껏 사용하고, 약정의 노예에서도 해방되고, 요금제 선택도 자유로우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보다 월등하게 좋아진 카메라 성능으로 멋진 사진을 찍는 것 등은 따지고보면 별 거 아니다. 별 거 아닐 것 같다. 아니, 별 거 아닐지도 모른다. 음...별 거 아닐 거 같기도 하다. 별 거 아니길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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