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14 독서의 몰락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라는 제목의 소설을 읽었었다. 붉은색 표지에 검은 글씨로 장식된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그 소설은 베스트 셀러였다. 만화책이나 무협지, 판타지 소설 말고는 딱히 오락거리가 없던 그 시절에 가족 중에 누군가 사다놓고 책장 한 쪽에 꽂아 둔 그 책은 별 감흥없는 잠깐의 시간 때우기 용이었다. 그 책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전에는... 앞 부분 몇 장만 보다가 자려고 펼친 책이었으나, 창밖의 어둠이 어스름한 새벽의 색으로 바뀌도록 단 번에 그 소설의 마지막 장까지 읽어버렸다. 그리고 울었다. 엄청 서럽게 울었다. 혹시 내가 우는 소리에 가족들이 깰까봐 숨을 죽이고 눈물 콧물 다 흘려가며 정신없이 울었었더랬다. 그리고 그 날 아침부터 나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가족들을 바라보게 .. 2020. 10. 11. 중고등학생들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선생님 소설은 허구라면서요? 근데 왜 공부해야 해요?” 학생들에게 소설을 가르치다 보면 종종 듣는 질문이다. 소설은 현실에 있음 직한 이야기를 작가가 상상해서 꾸며 쓴 허구의 문학이다. 그러니 소설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내가 왜 다른 사람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글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는다고 해서 영어 단어가 외워지거나 수학을 풀게 되거나, 사회 혹은 과학 같은 과목의 점수가 오르는 것도 아니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소설을 공부하는 이유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전에,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한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우고, 지식을 쌓으며, 지혜를 얻는다. 쉬운 예로, 불이 뜨거운지 몰랐던.. 2020. 10. 2.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