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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농담의 기술 -아재 개그는 왜 친절한가-

by R첨지 2020.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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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농담을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잘한다’라는 말의 뜻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는데, 우스갯 소리만 하면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는 뜻일 수도 있고, 본인은 웃기라고 한 말이 아닌데도 뭐라고 콕 찝어 낼 수 없는 남다른 재치가 몸에 베어서 아무 말이나 툭툭 내뱉어도 재밌는 말을 자주 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제쳐두고 가장 이상적인 농담은, 농담을 하는 쪽과 듣는 쪽 모두에게 유쾌한 웃음을 주면서도 어느 누구도 기분 나쁘지 않게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수준의 선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한다. 말은 굉장히 쉽다. 그러나  그 가늠하기 힘든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재치있는 농담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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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몇 사람들은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누군가를 깎아 내리거나 약점을 들춰내 놀림거리로 만드는 악랄한 방법을 쓴다. 그들은 주로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거나 서열이 낮은 사람 중에 누군가를 타겟으로 삼아 여러 사람 앞에서 보란듯이 그 사람을 깎아 내리며, 사람들을 웃기려고 한다. 이는 순수하게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닌 유쾌한 분위기를 만든다는 명목하에 남을 낮춰 자신의 우월함을 더 드러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할 의도가 없었는데도 다같이 재밌자고 던진 농담이 타인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다. 이는 상처받을 사람의 처지와 기분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겨나는 실수이기에 고의적이거나 악랄하다고 할 순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두가 즐겁고 기분 좋은 농담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럼, 앞에서 언급한 이상적인 농담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누구를 얼마나 재미있게 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을 향한 배려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스갯 소리를 듣는 사람의 기분과 처지, 혹은 개인적인 특징까지 파악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내가 이 말을 하면 분명 다들 웃을 것 같은데,  혹시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할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

 

 농담을 던지기 전에 이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농담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농담을 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이 벌어지거나, 말장난을 던져야 하는 순간이 예고를 하며 약속된 시간에 다가오지 않기에 재치있는 말을 던져야 하는 때를 판단하는 것과 이 농담이 다른 사람의 기분을 언짢게 하진 않을까하는 판단이 순간적으로 서야하고, 그와 거의 동시에 농담이 출력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재 개그’는 세상 둘도 없이 친절한 농담이라고 할 수 있다. 아재 개그는 누군가를 놀림 거리로 만드는 농담보다 재미가 덜 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을 깎아내리는 개그가 남을 공격하는 농담이라면, 아재 개그는 남이 아닌 자신을 희생하는 농담이다. 그러니 조금 덜 재밌더라도 자신을 낮춰서라도 우스갯 소리을 하려는 이타적인 농담인 것이다.

 

 “선생님 몇 시에요?” 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메르시”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언어유희를 하는 농담을 가리켜 아재 개그라고 한다. 아재 개그가 취향인 사람들도 있기에 저런 농담에 웃음을 터트리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아재 개그를 했을 때 돌아오는 것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나 안타까운 한숨이다. 그러니 말장난을 던졌을 때 돌아오는 책임과 상처는 오롯이 아재 개그를 한 당사자의 몫인 것이다.

 

 남을 공격하는 유머보다 확률적으로 덜 재밌을지라도 단순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기에 어느 누구도 기분이 나쁘지 않을테니 진정으로 자기 희생적이며, 이타적인 농담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내가 아재 개그를 시도 때도 없이 던져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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