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과 가족 모두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곧바로 변기 뚜껑을 닫자.
전에 앉아서 소변을 본다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나름대로 뭔가 깨어 있는 사람이자, 배려심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그 행동은 남자가 앉아서 소변을 볼 경우 전립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그만두게 됐다. 허무한 결말이긴 하지만, 대신 소변을 볼 때 좌변기 부분을 올리는 것을 항상 잊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영국의 세정업체인 하픽이 공개한 실험 사진을 보니, 용변을 앉아서 보거나 서서 보는 자세나, 좌변기 부분을 올리고 내리고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기 전에 변기 뚜껑을 반드시 닫느냐 안 닫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임을 알게 됐다.
하픽에서 공개한 실험의 내용은 간단하다. 변기 뚜껑을 열어 두고 물을 내렸을 때의 상황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영국의 각종 언론을 통해 공개된 초고속 카메라 사진에는 변기 뚜껑을 열어놓은 채 물을 내렸을 때 각종 박테리아와 세균이 가득한 에어로졸이 광범위하게 흩어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에어로졸은 지름이 100만 분의 1m에 불과한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비말보다 훨씬 작다. 이 미세한 에어로졸들이 무슨 폭죽 더미가 한꺼번에 폭발해서 사방에 불꽃이 튀는 것처럼 광범위하게 흩어지는 모습은 화려하고 찬란하게 보일 정도다.
공개된 사진 속의 이미지는 화려하고 찬란하지만 그 주성분이 소변과 대변에서 만들어지는 세균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결국 눈으로 볼 순 없지만 대변이든 소변이든, 앉아서 싸든, 서서 싸든 변기를 열고 물을 내리면 각종 세균이 사방팔방으로 튀게 되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가족 구성원들은 유해 환경에 여과없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동 경희대 병원 비뇨기과 이형래 교수는 “대변 중에는 대장균 등의 균이 있어, 변기 뚜껑을 닫지 않고 물을 내릴 경우, 수압에 의해 튀어 오른 균들이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한다. 사진 속 에어로졸이 흩어지는 모습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다.
어쩌면 크고 작은 용변을 볼 때마다 변기 뚜껑을 닫은 채 물을 내리는 건 굉장히 번거로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작은 수고로움을 마다한다면 자유롭게 흩날리는 세균과 바이러스들에 장기간 노출되어, 피부염이나 식중독, 요도염 등에 걸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개인을 위해서든, 가족들을 위해서든 변기 뚜껑을 내리고 물을 내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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