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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201023 금요일

by R첨지 202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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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다. 호준이 준서 운행을 하면서 사먹은 붕어빵이 제대로 소화가 안 된 모양이다. 요즘들어 밤만 되면 속이 계속 더부룩하고, 뭔가 가슴에 걸려 있는 것 같은 갑갑함이 남아 있다. 시험이 끝났다고 고등부 아이들이 온갖 핑계를 대며 결석을 했다. ‘이 녀석들 시험 끝나는 날 하루 쉬었음, 다시 마음 잡고 공부하지.’라는 생각과 ‘그래, 뭐 하루 쯤 더 쉰다고 어떻게 되나. 나도 피곤하다.’라는 생각이 공존했다. 언제든 그렇지만 시험을 잘 본 아이들과 못 본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내게 자신의 점수를 알려왔다. 잘 봤다는 아이들에게 격려를, 실망스럽다는 아이들에게 위로를 하며, 다음 시험엔 모두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퇴근하고 찬미가 챙겨 준 소화제를 먹고는 오랜만에 밤 산책을 나섰다. 금요일 밤이지만 날씨가 제법 쌀쌀해져서인지 거리는 한산했다. 집을 나선 시간이 새벽 12시였는데 요즘 자주 가는 카페가 어쩐지 그 시간까지도 불이 켜져 있었다. 날씨가 못 견딜 정도로 춥진 않았지만 뭔가 따뜻한 걸 손에 쥐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따뜻한 커피를 샀다.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혼자 걷고 있으면, 잠시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오가던 거리에 아무도 없는 풍경이 익숙함과 어색함을 동시에 불러 일으키기 때문인 것 같다. 산책하며 음악을 듣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환경음을 들어 본 지가 오래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 시간을 꽉 채워서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속이 불편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덕분에 새벽의 차분함을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것은 좋았다. 아주 잠깐 맥주를 한 두 캔정도 마실까 고민했지만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주말에 맥주 한 두 캔을 마시는 게 점점 습관이 되어 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 재밌게 하고 있는 가디언 테일즈를 잠깐 하다가 유투브 영상도 보고, 블로그에 올린 글들도 다시 읽어보며 뒤척이다가 잠을 청했다. 내일은 그동안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만나고 싶고, 미뤄뒀던 집 안 일도 하고 싶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만들지 못했던 요리도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늘 시간이 부족한 느낌이다. 마땅히 해야 할 것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부지런해 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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