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꿈을 꾸다가 새벽 4시 쯤 잠에서 깼다. 금새 다시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그러더니 이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원인 모를 두통이 종종 찾아오는데 아무래도 아이들 시험에 대한 걱정과 몇 주 째 쉬지 못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 한다. 집에 있는 두통약을 먹어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아플 때마다 약에만 의존하기 싫다. 결국 해가 완전히 뜰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뜬금없이 쿵푸허슬의 결말 부분 전투 장면이 보고 싶어져 아이패드를 들어 넷플릭스 아이콘을 터치했다.
눈을 뜬 걸로 치면 자기 개발서의 주인공들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났지만 몸을 일으켜서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기상은 10시에 했다. 어제 먹고 남은 된장찌개와 닭가슴살 소시지를 반찬 삼아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다. 씻기 위해 면도를 하려다가 면도 거품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뭔가가 떨어져서 그걸 사면 다시 다른 게 떨어지고, 그걸 채워넣으면 다시 다른 게 없어지고….이 과정의 무한 반복이다. 돈이 많고 공간 여유만 된다면 사용하는 소모품들을 종류별로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떨어질 때마다 채워넣고 싶다.
주말 대비 보강을 하기 위해 가벼운 옷차림으로 출근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이번 시험은 고등부 아이들보다 중등부 아이들이 더 좋은 기운을 내뿜는 것 같다.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나 열심히 하는 걸로 따지면 고등부 아이들이 더 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무언가 아이들이 지쳐있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 느낌이 강하다면, 중등부 아이들은 밝고 건강한 느낌으로 오랜 시간동안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보강이 끝나갈 쯤 두통에서 해방됐다. 아무래도 주말에 출근한다는 사실이 두통을 유발할 만큼 스트레스였나보다. 나는 사실 돈을 조금 덜 벌어도 상관없으니 주말 중에 단 하루만이라도 쉬어야 한다는 주의라서 쉬는 날 없이 두 달 가까이 일하는 것에 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다고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 일을 그만두기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어울리고, 같이 웃는 것이 천성에 맞아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보강이 끝나고 오랜만에 이마트에 갔다. 토요일 저녁 시간이라 사람이 많았다.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시간을 두고 여유있게 구경하고 싶은 것도 다양해서 마트는 항상 즐겁다. 진열장 구석구석에서 특이한 제품이나 독특한 제품을 발견하면 나만 볼 수 있는 보물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약간의 과자와 시리얼, 우유, 라면, 방울 토마토 등을 사서 마트를 나섰다. 집에 도착해서 통삼겹을 구워 비빔면과 함께 먹는 걸로 저녁 식사를 하고, 책을 읽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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