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머리 자르러 가.”
라고, 하면,
“야, 머리가 아니라 머리카락을 자르는 거겠지. 미용실이 단두대냐?”
라며, 꼬투리 잡기 좋아하는 사람이 무리 중에 꼭 한 두 명씩은 있다. 만약 주위에 그런 말로 딴지를 거는 사람이 있으면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농땡이를 피며 공부를 제대로 안 했다고 판단해도 좋다. 얼핏 들으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지만 중고등학교 국어 문법 시간에 배우는 ‘다의어’의 개념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나 내뱉을 수 있는, 말 그대로 무식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길어진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뜻으로 ‘머리를 자르다’라고 말할 때, ‘머리’는 다의어이기 때문에 ‘머리카락’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굳이 힘들게 “나 머리카락 자르러 가.”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다의어란, 하나의 단어가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가리키는 말인데, 사람의 신체부위, 그 중에서도 쓰임이 많고, 중요한 부위일수록 다의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사람의 신체 부위 중에서 가장 쓰임이 많은 부분 중에 하나인 ‘손’은 ‘사람의 손목 아래 손바닥, 손등, 손가락으로 이뤄진 부분’이라는 중심 의미 말고도 다음과 같은 다의어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 그 반지 내 손에 딱 맞아. (손가락)
● 그 일은 손이 굉장히 많이 가. (어떤 일을 하는 데 드는 사람의 힘이나 노력)
● 그는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없어. (어떤 사람의 영향력이나 권한이 미치는 범위)
● 우리는 그 회사와 손 잡았어. (교재나 거래 따위를 하게 되다.)
위에서 예로 든 상황말고도 '손' 폭넓은 의미로 자주 쓰이는 다의어인데, '머리'도 마찬가지다.
● 저 친구 머리 엄청나게 좋아.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
● 너는 머리가 엄청 빨리 자란다. (머리카락)
● 이 모임의 머리는 누구인가? (단체의 우두머리)
교과 과정에서 '다의어'는 '동음이의어'와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다. '동음이의어'는 '소리는 같지만 의미는 완전히 다른 단어'를 가리키는데 신체부위의 '배'와 과일 '배', 물 위를 떠다니는 '배'등이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다의어와 동음이의어는 의미의 연관성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데, 의외로 이 둘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시험을 보기 위해 다의어와 동음이의어를 공부하는 입장이라면 이 둘의 차이를 분명하게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은 다의어에 대해 알아봤다. 다의어의 개념을 잘 알아두면 글의 서두 부분에서 예로 든 상황처럼 상대하기도 힘빠지는 말도 안되는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들에게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은 이럴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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