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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전자책의 장점 세 가지

by R첨지 2020.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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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평소 전자책을 즐겨 읽는다. 그래서 정기구독처럼 매 달 1만 원씩 자동이체를 걸어놓고,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서 읽고 싶은 책이나 만화책 따위를 고르는 것을 월례 행사처럼 즐긴다.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읽어보고 싶지만 소장까지는 하고 싶지 않은 작품은 대여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월 만원의 금액으로도 제법 여러 권을 책을 읽을 수 있다. 행여라도 읽을 만한 책이 없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 달에 사용하지 못한 금액을 다음 달로 이월시켜 좀 더 여유 있는 금액으로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전자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종이책이 주지 못하는 대체 불가능한 장점들이 몇 가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위에 나처럼 전자책을 이용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전자책 애호가를 찾기 힘든 것은 독서라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한 몫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종이책을 더 선호하기 때문인 듯하다.(필자 주위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 

 그래도 조금이라도 독서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전자책을 권하는데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이 있다. “그래도 책은 종이책이지, 난 책 읽을 때 특유의 종이 넘기는 느낌이랑, 소리가 좋아. 전자책은 오래보면 눈 아프지 않아?” 반박할 수 없는 말이다. 아무리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의 기술이 좋아진다 하더라도 종이와 기계는 본질적으로 매체의 재료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전자책이 종이책 특유의 질감을 재현하거나 책장을 넘길 때에만 느낄 수 있는 종이의 향기, 소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주는 감성이나 느낌을 재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종이 질감 특유의 느낌과 약간 눈을 피로하게 한다는 두 가지 이유만으로 전자책을 멀리 하기엔 이 새로운 매체가 갖는 장점의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휴대성과 저장성, 그리고 쉬운 접근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책을 가지고 다니기 번거롭기 때문일 것이다. 얇고 작은 책이라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읽을 만한 책들은 하나같이 두께와 무게가 만만치않다. 그래서 집 안에서든 집 밖에서든 책을 읽기 위해서는 해당 책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그 번거로움과 수고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는 사정이 다르다. 사람들은 잠잘 때 빼고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게임을 하든 SNS를 하든, 영상을 보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손에 쥐고는 하루 종일 스마트 폰으로 뭔가를 한다. 업무 때문에 스마트 폰을 놓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가 시간에는 의미 없이 시간을 소모하는 용도로 쓰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때문에 스마트 폰으로 전자책을 읽는 습관을 들인다면, 자기 전이나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기다리는 등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쉽고 간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무겁고 번거롭게 책을 가지고 다니다가 가방에서 꺼내어 읽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게 책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전자책은 종이책처럼 책장에 있는 책 중에서 읽을 책을 선택해서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한 책 전부를 저장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책을 번거롭게 가지고 다니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개인책장을 가지고 다니는 것과 같다. 현실적으로 수 십 권의 종이책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전자책은 저장의 한계가 없다. 자신이 구매한 책이 100권이든 1,000권이든 클라우드나 구매 목록, 휴대폰 저장 공간에 보관했다가 언제든 불러와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소장한 책의 권 수에 따라 작게는 책장, 크게는 서재를 휴대하는 것과 같은 저장과 휴대의 편리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저렴한 가격

 전자책은 대부분 종이책 정가보다 저렴하다. 일반적으로 종이책 정가보다도 저렴한데, 거기다 주기적, 정기적으로 그 저렴한 가격에서 10퍼센트 내외의 금액을 더 할인하는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게다가 앞서 밝힌 것처럼 구매가 아닌 대여의 형태로도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 대여는 구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일정 기간 소유하는 방식이다. 그 대여 기간도 90일로 짧지 않은 기간이라서 대여하고 못 읽으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도서 대여점이 사라지고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도서 대여점의 기본적인 틀이 잡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요점은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종류의 책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지갑이 덜 가벼워진다는 (엄청난) 장점을 가진 매체이다.

 

환경 보호

 앞서 말한 전자책의 장점들이 편의성이나 가격적인 부분의 개인적인 장점이었다면, 세 번째 전자책의 장점은 공익적인 성격을 가진다. 종이의 재료가 나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내 한 해 종이 소비량은 2017년 기준 약 991만톤이라고 한다. 나무로 치면, 약 2억 4000만 그루의 나무가 벌목된 것이다. 지구 환경에 나무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는 모두가 알만한 상식이기에 이 곳에 구구절절 서술하진 않겠다. 아무튼 결론은 종이책이 독서가들의 감성을 충족시켜 줄 순 있지만 지구의 환경을 지켜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책은 애초에 종이로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된다. 감성적인 만족만을 위해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종이책만 고집하기엔 환경적인 측면에서 그 대가가 너무 크다. 

 

마치며

 전자책은 조금씩 천천히 우리의 독서 환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지난 3월에 발표한 2019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책 독서율이 성인과 학생 각각 2.4%, 7.4% 증가했다고 한다. 전자책 전용 태블릿이 출시되는가 하면, 넘기며 읽는 전자책이 아닌 오디오북으로 책을 듣는 사람들도 생겨나면서 전통적인 독서의 환경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도서 매체가 종이에서 IT기기로 점차 변화하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종이책만 읽어 본 사람들에게 전자책은 익숙함이나 친숙함과는 거리가 먼 문물이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전자책과 거리를 두기에는 전자책이 가진 장점들이 너무나 명확하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당장 종이책을 처분하고 전자책에 올인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열 권의 책을 읽는다면 그중 절반 혹은 4권 정도라도 전자책을 읽었으면 한다. 우리가 살고,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지구 환경을 위해서도, 책값 지출의 절약과 독서 생활의 편의를 위해서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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