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식사 메뉴가 없을 때, 돈가스만큼 만족도가 만족도가 높은 메뉴를 찾기도 힘들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보면, 점심이나 저녁 메뉴를 고민하던 중에 “돈가스 어때?”라고 말했을 때, 난색을 표하는 사람은 별로 본 적이 없다. 하루나 이틀 전에 돈가스를 먹었다거나, 기름 진 음식을 먹었다거나, 돈가스가 부모님의 원수라거나 하는 등의 이유만 아니라면 말이다. 부담 없고,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면서도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단출하거나, 반대로 고급스럽지 않은 중용의 덕을 가진 메뉴가 바로 돈가스다. 하지만 모든 음식이 그렇듯 맛과 가격적인 부분에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돈가스 맛집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소개할 가게는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발견한 돈가스 포장 배달 맛집이다.
종종 가는 술집 사장님께 추천을 받은 ‘맛있는 통살 돈까스’라는 가게인데, 농담처럼 “사장님 추천해주셨는데 제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쩌죠?”라고 했더니, 맛이 없다고 생각하시면 와서 마티니 한 잔을 무료로 주시겠다고 했다. 그래서 공짜 술에 눈이 멀어버린 나는 일단 무작정 시켜먹어 보고 맛있어도 맛이 별로였다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처음 먹어보는 색다른 돈가스의 맛에 대한 만족스러움이 컸기에 차마 ‘추천해주신 돈가스집 제 입맛에는 안 맞네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 맛있는 통살 돈가스는 그 정도로 맛있는 돈가스 집이다. 이 가게의 매력은 돈가스의 남다른 모양에서부터 시작된다. 다른 지역에도 이런 식으로 돈가스를 파는 집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곳의 돈가스는 동그랗다. 얼핏 보면 돈가스가 아닌 순살 치킨처럼 생겼다.
지금까지 접시처럼 넓고 얇은 돈가스를 주로 먹었고, 가끔 치즈 돈가스처럼 길쭉한 모양은 먹어봤지만 이렇게 생긴 돈가스는 처음이었다. 이 곳의 대표 메뉴는 한 근 등심 통살 돈가스와 한 근 치즈돈가스인데, 그 외에 김치말이 국수와 한 입 떡볶이, 김치제육덮밥 정도의 식사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음식의 종류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 가게는 매장 식사가 불가능하고 포장과 배달만 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돈가스를 맛보고 싶다면 번거롭더라도 배달이 아닌 포장을 하는 것이 좋다. 처음 여자 친구와 주문해서 먹었을 땐 통살 돈가스와 치즈 돈가스가 반반씩 나오는 반반 세트를 시켰는데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어서 반반 세트와 공깃밥 하나 한입 떡볶이까지 주문했었다. 한 번에 많이 못 먹는 것도 있지만 둘이서 절반 정도를 겨우 먹을 수 있었다. 같은 구성으로 주문한다면 세 명이 먹어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양은 넉넉하다.
돈가스를 주문할 시 다른 가게들과 마찬가지로 소스가 제공되는데, 소스에는 남다른 점이 없었다. 대신 함께 나오는 생와사비가 독특한데, 돈가스에 생고추냉이를 살짝 올리고 소스를 찍어서 먹으면, 고기의 육즙과 튀김의 바삭함, 그리고 소스의 달콤함, 생고추냉이의 알싸함이 한 데 어우러져 어디서도 먹어 본 적 없는 독특한 맛과 향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돈가스 아래에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새우과자와 비슷한 모양의 하얀 튀김이 들어있는데, 적절하게 간이 되어 있어서 돈가스를 다 먹고 뭔가를 더 먹을 수 있는 여유만 된다면 맥주 안주로 딱 좋을 것 같다.
모처럼 발견한 개성있고 맛도 좋은 돈가스집 ‘맛있는 통살 돈가스’ 집에서 포장 배달해 먹은 후기를 작성해봤다. 이 가게의 돈가스는 밥과 함께 먹으면 반찬으로도 훌륭하지만 밥 없이 치킨 먹듯이 술과 함께 먹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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