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후기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후기, 야한 드라마인데 왜 눈물이 나지?

by R첨지 2020. 10. 21.
반응형

728x90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넷플릭스 홈에 들어가면 자주 눈에 띄던 영국 드라마였다. 일단 시놉에 해당하는 간단한 작품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찌질한 고등학생인 오티스가 학교 일진인 메이브와 함께 친구들의 성 성담을 해준다니, 강한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동안은 짧은 호흡의 영화 위주로 넷플릭스를 이용하느라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청을 자연스럽게 뒤로 미루게 되었다. 그렇게 얼마 간을 미루던 어느 날 가벼운 마음으로 이 드라마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첫 화부터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진행이 되었다.

 

 드라마의 첫 회는 중요하다. 시청자로 하여금 긴 호흡의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하려면 뭔가 자극적인 면을 부각시키거나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요소를 적절하게 잘 넣어둬야 하는데, 이 드라마는 그 중에서도 전자의 방법을 택했다. 첫 장면이 고등학생 커플의 성관계 장면이었으며, 아주 잠깐 스치듯 남자의 성기도 노출시킨다. 소제 자체가 ‘성’이기에 어느 정도 외설적인 장면들은 나오겠다고 예상은 했지만 첫 화에서 보여준 야한 장면들은 내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행이 1화에 나온 그런 자극적인 장면들은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더 이상 등장하진 않았다.(제법 진한 스킨쉽 장면이나 야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종종 등장하지만 첫 화만큼 적나라하진 않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이 고등학생들의 성 고민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드라마는 가족애, 우정, 진정한 사랑,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의 정신적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내용이 감동적이고 서정적이라고 해도 청소년 성장 드라마인데 첫 화에서 고등학생의 성행위와 남자의 성기가 나오다니, 우리나라 드라마에선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 실제로 영국에선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공공연하게 스킨쉽을 하고, 학생들끼리 섹스를 하는 것을 부모나 교사들이 알고 있으며, 동성애가 대수롭지 않게 인식되는 등 성에 관해 드라마만큼이나 개방적인지 궁금해졌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앞서 언급한 외설적인 부분을 완전히 배제시키더라도 충분히 흡입력 있는 이야기와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을 가진 좋은 드라마다. 성 상담사인 엄마가 환자들과 상담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운 오티스는 우연한 기회에 학교 일진의 성 고민을 듣고, 상담을 해주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학교에서 잘 나가는 퀸카인 메이브와 한 팀이 되어 메이브는 상담 받을 학생, 즉 고객을 데려오고 오티스는 상담을 해주고 돈을 받는 일을 하게 된다. 상담이 진행될 수록 오티스와 메이브는 다양한 친구들의 개인적인 일에 엮이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그들은 조금씩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어간다.    

버릴 인물들이 하나도 없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개성이 넘치는 등장인물들이다. 초반에는 그냥 잠깐 얼굴만 비추는 조연 정도로 보이던 인물들이 나중에 가서는 ‘이 드라마엔 도대체 주인공이 누구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중있게 다뤄지기도 하고 또 그만큼 그 인물의 사연에 홀리듯 몰입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른 어떤 작품에서도 본 적없는 것 같은 이 드라마의 독창적인 캐릭터들은 그렇게 조금씩 보는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게다가 단순하게 어떤 인물은 좋아, 누구는 싫어가 아니라 처음에 좋아보이던 인물이 어느 순간 미워지기도 하고, 처음엔 완전 밥맛이던 인물이 나중에 가서는 너무 측은하고 마음이 아파서 앞에 있다면 따뜻한 위로의 말과 함께 안아주고 싶게 되기도 한다. 이게 말로는 간단해보이지만 시청자에게 설득력 있으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게 서사를 이어가면서 그 속에서 인물의 대한 인식을 극단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이야기 구조가 그만큼 탄탄하고 촘촘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아 어떤 장면인지는 설명할 순 없지만 시즌 2의 어느 장면에서는 내가 어렸을 때 겪었던 기억과 감정이 겹쳐지는 경험을 했다. 내가 초등학생 때였는데,  철없는 말과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어머니께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 적이 있었다. 서툰  표현으로는 그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몰라서 그냥 냅다 달려가서 엄마를 안고 엉엉 울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당시에는 경황이 없기도 했고, 친구들도 주위에 잔뜩 있었으며, 무엇보다 감정보다 자존심이 강하던 어린 남자 아이였기에, 어머니에게 아무런 감정적인 내색도 하지 못하고 그 순간을 지나친 적이 있었다. 그러다 이 드라마에서 그 때의 일이 지금 일어난 것처럼 내 안의 뭔가를 툭하고 건드리는 것 같은 장면이 나왔고, 그와 동시에 당시의 감정이 폭발하듯 북받쳐오르며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졌다. 주르륵하고 몇 방울이 나는 수준이 아니라 말그대로 엉엉 울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그렇게까지 서럽고 크게 울어 본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그 순간부터 이 드라마는 내 최애가 되었다. 재밌기도 하고, 때론 마음을 찌잉 건드리기도 하고, 등장인물들도 누구하나 버릴 수 없을 정도로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드라마인데 애정을 갖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현재 시즌 2까지 나와있고, 아쉽게도 시즌 3는 코로나 19로 인해 촬영이 연기되는 바람에 내년 2월에나 공개가 된다. 영국에 코로나 19가 심각하다는데, 부디 제작진도 배우들도 무사해서 이 멋진 드라마를 완결까지 잘 마무리해주길 바란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