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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가을맞이 남자 피부 보호를 위한 고군분투기

by R첨지 202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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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19 때문에 정신없이 날짜가 흐르다 보니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선선해지고, 무더위가 물러갔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추석도 지나갔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달라졌다. 서늘해진 기온에 맞춰 짧고 얇은 옷 대신 긴 팔에 외투까지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을이 오는 건 반갑지만, 가을과 함께 찾아와서 내 몸을 괴롭히는 몇몇 증상들은 표정 관리가 안 될 정도로 반갑게 맞이할 수 없는 불청객처럼 불편하고 달갑지 않은 존재다. 이젠 환절기 알람이 되어버린 알러지성 비염과 거칠게 일어나는 피부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비염은 만성이라 흐르는 콧물을 막기 위해 휴지를 코에 끼우고 있거나, 비염약, 코세척 따위로 버틸 수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피부가 거칠어지고, 뭔가 나고, 가렵고, 두들두들 해지는 것에 대한 대응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망가진 피부 덕분에 안 그래도 엉망인 얼굴이 더욱더 못 볼 꼴이 될 것 같아 뭔가 해결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피부관리를 시작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당장 사야 할 것들을 생각해봤다. 내킬 때만 발라서 굉장히 오래 사용하다가 약 열흘 전에 바닥을 보였던 로션, 거의 매일 면도를 하고 나면, 상처와 일어나는 피부로 난리가 나는 턱과 목을 진정시켜 줄 애프터 쉐이브, 세안할 때 물로만 하던 습관을 고치고 뽀드득한 얼굴로 만들어 줄 폼클렌징까지...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평소에도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았다면, 남자 화장품이 뭐가 좋은지 바로바로 알아서 구매를 했겠지만, 그 쪽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블로그 검색 밖에 없었다.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로 블로그와 카페글에서 남자 화장품에 대한 글들을 검색해봤지만 블로그나 카페에 나온 내용들은 대부분이 광고로 도배되어 있었다. 할 수 없이 주변에 남자 화장품을 즐겨 사용하는 지인이 있는지 생각해봤지만 아쉽게도 내 주위에는 스킨과 로션을 신중하게 골라가며 사용하는 사람이 전무했다. 결국,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다가 이대로는 얼굴이 다 갈라진 다음에야 피부관리용 제품들을 구매하게 될 것 같아서 직접 가서 마음에 드는 걸 사기로 했다. 

 

 스킨 로션을 직접 골라서 사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서 화장품 매장에 도착하기 전에는 쓸 데 없는 상상을 좀 했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남자 화장품 코너를 익숙한 듯 느린 걸음으로 신중하게 살피고 있은데, 점원이 한 명 다가와서 자본주의 미소를 띠며 묻는다. “찾으시는 제품 있으세요?” 그럼 난 점원 쪽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진열대를 올려다보며, 늘 쓰던 거 말고 좀 새로운 걸 찾는 중이에요. 요즘 피부가 좀 거칠어진 것 같아서…”라고 말한다. 그럼 점원분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 그러세요 고객니임~ 이번에 이거 새로 나온 제품인데요. 보습과 피부 개선을 동시에 해주거든요. 끈적임도 없고, 향도 좋아서, 요즘 많이들 찾으세요.”라고 할 테지? 그럼 나는 살짝 관심이 있는 척 추천해 준 제품을 쳐다보며, “향 한 번 맡아볼 수 있을까요?”라고 말한 다음 향을 맡아보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걸로 할게요.”라고 말한 다음 쿨하게 계산을 하고 매장을 걸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나름대로 치밀하게(?) 구매 과정 이미지 트레이닝을 마친 후 올리브영 매장으로 들어섰지만 도착과 동시에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우선 남자 화장품 진열대는 한 쪽 벽이 아니라 매장 안에서도 빛이 가장 덜 드는 구석 진 곳에 안쓰러울 정도로 빈약한 양을 채우고 있었으며, 내가 사려는 스킨과 로션, 그리고 애프터 쉐이브는 고른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제품의 종류가 빈약했다. 게다가 종류도 많지 않은 그 제품 중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몰라 한참을 서성이며 서 있었지만 매장 점원은 그 누구도 내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올리브영 직원들이 불친절해서가 아니라 향수나 다른 화장품을 구매하는 손님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미간을 찌푸린 채 매장 구석에서 스킨로션을 노려보는 아재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을 것이다. 

 

 얼마 간의 고민 끝에 들고 나온 제품은 M'SOLIC 올인원 크림과 이름도 어려운 오리지널 스틱 워시 세트, 그리고 BARBER501 에프터 쉐이브였다. 제품을 구매하러 가기 전에 사전 준비와 짧지 않은 고민의 시간을 고려해봤을 때 굉장히 엄격한 선별 기준을 거쳐 선택한 제품 같지만 사실은 포장 박스가 마음에 든 제품을 골랐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포장이 예뻐야 한다.

 

 순탄치 않은 과정 끝에 구매한 세 가지 제품을 며칠 동안 사용해 보고 느낀 것은 역시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 것보다 뭐든 신경을 쓰고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제품을 비교하며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사용한 제품들이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은 별로고 가성비가 좋고 나쁘고는 평가가 불가능하다. 다만, 확실히 아침저녁 세안 후에 크림을 바르고, 면도 후에 애프터 쉐이브를 사용하니 피부가 당긴다거나 각질이 일어나는 증상이 사라졌다. 제품의 향도 마음에 들었다. 크림은 거의 무향에 가까운 은은한 향에 끈적임도 남지 않아서 바르면서도 화장품을 바를 때 특유의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BARBER501 에프터 쉐이브는 면도한 곳에 펴서 바를 때 에프터 쉐이브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살짝 따끔한 느낌이 들면서, 면도날로 엉망이 되었을 것 같은 피부가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은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M'SOLIC 오리지널 스틱 워....아무튼 비누는 생긴 것보다 거품이 잘났으며, 물로 세척하고 난 후에 적당한 뽀득거림 + 매끈함이 남아 피부에 남아 있던 노폐물이 말끔하게 씻겨나간 듯한 기분을 맛 볼 수 있었다.

 

 날씨가 건조해지고 추워지면서, 혹은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면서 피부가 특히 얼굴 쪽이 건조해지는 느낌이 온다면, 올인원 크림 하나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피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이 여자들처럼 종류별로 순서대로 화장품 바르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 시중에는 스킨, 로션, 수분크림, 미백 등등의 기능을 한 꺼번에 할 수 있는 올인원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올인원 크림 하나 바르는 것마저 귀찮다면 그냥 귀찮은 대로 푸석하고 건조한 얼굴을 하고 다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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