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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한테 왜 그랬냐?

by R첨지 2020.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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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그 중에서도 콘솔 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라스트 오브 어스](이하 라오어)를 모르기 힘들 것이다. 라오어 1편은 평론가들과 유저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게임이다. 2013년 발매 당시 게임으로 받을 수 있는 상은 대부분 수상했으며, 게임 관련 매체에서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고, ‘최고의 게임’이라는 수식어를 받게 된다. 게임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어도 콘솔 게임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거나, 아직 라오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게임이면 그냥 잠깐 재밌으면 되지 라스트 오브 어스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렇게 대단하다며 추켜세우나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막연하게 해보고 싶어하면서도 ‘소문난 잔칫상에 먹을 것 없다’고 막상 해보면 별 거 없는지도 모른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플스4 프로와 라오어 리마스터 버전 빌려서 직접 플레이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라스트 오브 어스 1편은 기대했던 것 이상의 몰입도와 재미를 가진 하나의 작품 수준의 게임이었다. 좀비 바이러스와 유사한 동충하초균에 의해 인류 문명이 몰락 직전까지 가버린 재앙 후에 남은 생존자들의 갈등과 생존이라는 큰 줄기의 이야기에서 험난한 여행을 떠나게 되는 주인공 조엘과 엘리의 서사는 어찌보면 진부한, 혹은 어디선가 영화나 드라마로 본 것 같은 익숙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진부한 줄거리 속에서도 몰입감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그래픽(발매당시 기준)과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조엘과 엘리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와 그 연기력을 더욱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연출의 조화로움이 이 게임을 명작이라는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하게 만들어줬다. 게다가 그 잘 짜여진 요소들 속에서 흘러가는 게임 본연의 재미도 훌륭했다. 

 게이머는 주로 조엘를 컨트롤해서 동충하초균에 감염 된 감염자들이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죽고 죽이는 생존자들과 맞서 싸워야 하는데, 다른 게임들처럼 생존에 필요한 무기나 도구들이 차고 넘치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게이머는 총알 한 발, 화염병이나 폭탄 하나를 신중하게 사용해야하며,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응하는 영리한 적들을 상대로 그들을 모두 없애고 나아가야 할지 아니면, 피해서 도망가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여타의 게임들처럼 쏟아지는 좀비나 적들에게 무한에 가까운 총질을 하며, 플레이할 수 없기에, 지역을 탐험하거나 길을 찾으면서도 항상 적정선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들 말고도 라오어의 장점을 소개하자면 한참을 더 적어내려갈 수 있지만 이번 포스팅은 라오어 1편과는 다른 의미로 화제가 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라오어 1은 많은 게이머들을 매료시켰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더욱더 진보된 그래픽과 연출로 무장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가 만들어진다고 발표됐을 때 플레이스테이션 사용자들은 열광했다. 차세대 게임기인 플스5로 넘어가기 전에 플스4 유종의 미를 장식할 대망의 타이틀이라며 오매불망 라오어2의 발매만 기다렸는데,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를 재밌게 본 사람이 엔드 게임을 안 보고 견딜 수 있을까? 같은 제작사에 같은 연출자가 만드는 정식 후속작인데?

 콘솔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기도 했지만 게임 발매일에 직접 가서 타이틀을 구매한 건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가 처음이었다. 동네에 있는 이마트 전자제품 매장에서 구매를 했는데, 라오어2를 구매한 그 날은 마침 연휴가 시작되는 시작되는 날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게임을 설치하고 시작했다. 첫 장면의 그래픽에서 압도되어 “와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라오어2에 대한 놀라움이 불쾌감과 찝찝함으로 돌아서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라오어2가 발매되고 수많은 게임 유투버나 블로거들이 관련 내용을 다뤘기 때문에 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기 힘든 내용이겠지만, 어찌되었든 스포일러는 방지하고 싶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에 불쾌했는지는 밝히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라오어 제작자사인 너티독과 제작 총괄을 맡은 닐 드럭만은 전작을 플레이하며 감동하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팬들을 고의적으로 기만하는 게임을 만들어버렸다.

 예술과 건축에 해체주의라는 것이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기존의 완성된 형식을 비틀고 풀어헤치고, 파괴하여, 전형적인 것에서 벗어난 긍정적 가치를 발견하다는 개념인데, 닐 드럭만과 너티독은 완전체에 가까운 라오어 1편을 해체하기 위한 후속편을 만들어버렸다. 이런 형식을 통해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라는 긍정적인 주제를 전달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문제는 소위 말하는 예술병에 걸린 것 같은 이 기괴하고도 처참한 서사의 파괴가 라오어 1편을 아끼고 애타게 2편을 기다리다가, 발매 후엔 기꺼이 지갑까지 열게 만든 라오어 골수팬들의 마음까지 해체시켜 버렸다는데 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게임 자체는 기가막히게 재밌다는 사실이다. 전작인 라오어 1편이 최고의 스토리와 최고의 게임성을 갖췄다면, 라오어 2편은 게이머들을 최고로 불쾌하게 만드는 스토리와 최고의 게임성을 갖춘 괴작이 되어버렸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를 순 있지만 나는 이야기와 게임성 두 가지 중에서 이야기의 비중이 앞도적으로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래픽이 다소 부족하고, 분량도 짧고, 뛰어난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NPC들이 없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 몰입할 수 있는 서사 구조가 갖춰져 있다면 그 게임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아무리 모든 조건이 완벽한 게임이라 하더라도 이야기가 엉망이거나 게이머를 불쾌하게 만든다면, 그 게임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닐 드럭만이나 너티독은 해체주의든 뭐든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대로, 표현하고 싶은 대로 게임을 만들어 발매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결과물이 게이머로 하여금 불쾌감과 분노를 불러 일으키게 하고, 더 나아가 게임 도중 씨디를 꺼내 가위로 자르거나 파괴하게 만들었다면, 이는 명백하게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나부터도 주위 사람들을 향해,두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라스트 오브 어스 1편, 꼭 한 번 해 봐. 진짜 재밌어.”라고 말하고, “라스트 오브 어스 2? 음...게임 잘 만들었고, 그래픽도 죽이는데 결정적으로 초반부터 기분 더러워지니까 굳이 시간을 써가면서 해 볼 필요는 없다고 봐.”라고 극단적으로 양 끝에 있는 후기를 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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