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

두부조림

by R첨지 2023. 8. 9.
반응형

 

 엄마가 돌아가시고 5개월 만에 누나와 조카들, 그리고 사돈 식구들이 동생과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놀러 오셨다. 대학생 조카들이 방학을 맞이하기도 했고, 누나도 휴가라서 오랜만에 다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가까운 계곡에도 놀러가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늦은 밤 술 잔을 기울이면서는 언제나 함께 할 것 같았던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에 잠시 모두 생각에 잠기는 순간도 있었지만, 함께 있는 내내 행복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렇게 함께 즐거웠던 시간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서 끝이 났다. 사돈 식구들, 조카들과 누나들이 떠나고 동생도 출근을 하게 되어 혼자 집에 남겨진 순간이 되자, 즐겁고 행복했던 만큼의 허전함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여럿이서 사용하던 식기들을 다시 찬장에 넣고, 수저와 젓가락을 서랍에 넣고 있으니, 다시 혼자서 적막한 만큼 입맛 없는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집에 손님들이 왔다갔을 때마다 혼자서 집정리를 하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이렇게 당신을 그리워하는 걸 아는 지 모르는 지, 거실에 있는 사진 속의 엄마는 활짝 웃고 있다.

 

 

“엄마, 한바탕 손님들이 휩쓸고 가는 날엔, 아들들한테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가자고 하지 그랬어요.”

 

엄마가 만든 두부조림이 너무 생각난다.

 

반응형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별사유  (1) 2023.10.06
청개구리 대모험  (0) 2023.09.15
집밥연가  (1) 2023.04.11
아저씨의 도시락 도전기 <도시락을 싸기로 했다.>  (0) 2023.03.22
<마블스냅 덱 추천>디스트로이어 덱 설명서  (1) 2022.12.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