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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

by R첨지 2022.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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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 중에서도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유명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많은 팬들에게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상실감을 준다. 대장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2020년 8월 갑작스럽게 사망 소식을 전한 채드윅 보스만처럼 세계적인 배우라면 더욱더 그 상실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안타깝게 사망한 채드윅 보스만의 가족과 친구, 팬들도 힘든 시간을 보냈겠지만 엄청난 흥행을 이룬 블랙팬서의 제작진은 그를 잃은 슬픔에 더해, 블랙팬서 후속작을 만들어야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제작진은 고뇌 끝에 채드윅 보스먼을 대신할 배우를 캐스팅하는 대신, 영화 속에서 그의 죽음을 현실과 비슷하게 표현하고, 블랙팬서의 죽음을 애도하고, 블랙팬서인 티찰라의 통치 이념과 정신을 계승하는 내용으로 전개됐다. 그래서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가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하는 대작인지를 물어본다면 그렇지는 않다. 2022년 마블의 마지막 작품인 동시에 마블 페이즈 4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 영화는 더욱더 실망스럽다.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움을 줬던 부분은 빌런으로 등장한 네이머 역의 ‘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의 존재감이었다. 극초반에 그가 등장하는 구간은 공포 영화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과 카리스마를 뽐냈으며, 자신의 국가와 종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세상 전부를 적으로 돌릴 의지를 지닌 모습에서는 빌런이 아닌 영웅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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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아쉽게도 네이머의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는 전투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리리 윌리암스와 연구실에서 연구만 해오던 2대 블랙팬서에게 제압 당하는 대목에서 바닥을 치다못해 실소를 참기 힘들 정도로 추락한다. 제 아무리 최첨단 수트와 하트 허브에 비브라늄 갑옷을 입은 상대들이라지만 네이머는 몇 세기를 살아 온 바다의 제왕같은 존재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인데, 공대생쯤인 리리 윌리암스에게 납치를 당하더니, 이제 막 블랙팬서가 된 슈리에게는 목숨을 잃을 뻔하게 된다.

 

 채드윅 보스만을 추모하는 내용으로 영화를 채우는 것 좋다. 새로운 블랙팬서가 그의 여동생이 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그 후의 이야기가 전혀 궁금하지 않거나, 연이어 실망만을 안겨주는 마블의 영화와 드라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페이즈 4의 마무리라면 그것은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슈리가 외치는 이범배와 와칸다 포에버는 너무 가볍고 경박하게 들렸다.

 

 이 영화가 차라리 초반은 채드윅 보스만의 추모를 표현하고, 후반부는 마블이 잘 써먹는 멀티버스를 이용해 다른 세계의 블랙팬서를 데려오는 쪽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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