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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Netflix 추천작 <아케인> 매혹적인 서사와 깊이 있는 캐릭터들의 향연

by R첨지 2021.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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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게임을 좋아하고, 틈날 때마다 즐기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기긴하지만 정작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인기도 많은 롤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내가 컨트롤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 때문에 어쩌다 한 번씩 해보긴하지만 챔피언도 많고, 아이템도 많고,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알아야 하는 용어도 너무 많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게임을 익혀가기엔 나와 같은 편이 된 다른 유저들에게 너무 민폐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 

 

 

 서두가 길어지긴 했지만 아무튼 이유들로 나는 롤을 즐기진 않는다. 그러나 종종 새로운 업데이트나 이벤트, 혹은 신 영웅 출시를 기념해서 나오는 홍보 애니메이션은 일부러 찾아보기도 했었다. 영웅이나 그 세계관에 대한 배경지식은 없는 상태에서 봐도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멋진 음악이나 화려한 연출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수준 높은 영상들이었기 때문이다. 한 때는 블리자드의 시네마틱 영상들을 많이 봤었는데, 언제부턴가 롤의 독특한 영상들을 보는 재미가 더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롤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장편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첫 티저 영상을 공개했을 때 큰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게 됐다. 총 9편으로 구성된 장편 애니메이션 아케인은 눈부시게 화려한 문명을 발전시킨 필트오버와 지하로 내려앉아 암울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자운이라는 두 도시를 배경으로 여러 등장인물들의 성장과 갈등을 보여준다. 

 

 서사의 중심이 되는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롤 게임에 구현되어 있는 캐릭터들이지만, 그 중 몇몇은 아케인에만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캐릭터도 있다. 개발진은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 캐릭터를 게임에 등장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고 한다. 일단 전체적으로 아케인은 모든 에피소드가 저마다의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액션이나 연출, 배경음악등이 멋지고 독특하면서도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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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으로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세계관과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가 깔려 있다면 좀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롤이란 게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도, 아케인의 서사는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기에 충분히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아케인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종종 가지고 있는 일명 작붕 구간이 하나도 없었다. 작붕이란 작화 붕괴의 줄임말로, 특정 장면이나 상황에서 캐릭터들의 그림체가 엉망이 되는 것을 뜻한다. 아케인은 아홉 편의 서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림체나 표현 방식이 망가져서 신경에 거슬리는 부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매 회마다 이전에는 본 적 없던 새로운 방식의 효과와 편집, 음악들 덕분에 서사에 대한 이해를 제쳐두고서도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어 주는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어 줄거리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아케인의 주요인물들은 저마다의 신념과 철을 가지고 행동하며, 각자의 방식대로 성장하는 입체적인 인물들이다. 따라서 다양한 목적과 가치관, 신념을 가진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전체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극의 흐름이 다채롭게 느껴지고, 주요 인물들의 행동과 선택을 납득하게 되면서, 서사에 필연성이 부여된다. 따라서 촘촘하게 얽히고 섥힌 인물들의 관계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면 다회차 정주행을 하더라도 마치 다른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아케인은 당연하게도 시즌 2를 확정지었다. 이번에 발표된 시즌 1의 완성도를 감안해봤을 때, 시즌 2도 충분히 기대할 만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시즌 1에 뿌려놓은 떡밥들과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들, 그리고 앞으로 풀어나갈 주요 인물들의 서사까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시즌 1만큼만 만들어진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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