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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오징어 게임> 성기훈과 오일남은 둘 다 게임 중독자다.

by R첨지 2021.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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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동혁 감독의 넷플릭스 듣라마 오징어 게임이 유래 없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세계 주요 언론들은 물론, 각종 SNS에서도 오징어 게임 관련 소식이나 2차 창작물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으며,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과 게임들에 대한 관심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징어 게임 발표 직후에 황동혁 감독은 원래 오징어 게임의 후속 이야기는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을 만들지 않기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인 성기훈의 파격적인 선택과 중간중간 던져 놓은 수많은 궁금증과 떡밥들을 회수해야 하기에(그리고 시즌2를 내놓지 않으면 난리가 날 것같은 흥행성적과 분위기 탓에) 이제는 입장을 바꿔 다른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시즌 2를 만들 계획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 중 한 사람으로서 기쁜 마음으로 오징어 게임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지켜보는 중인데, 그 중에서도 유투브에 올라오는 해외 유투버들의 리액션을 즐겨본다. 그들은 1화에 나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나 4화의 줄다리기, 6화의 구슬 게임 등에서 서양인들 특유의 풍부한 감정적 반응을 보여주는데, 문득 그런 채널들의 영상을 보다가 성기훈과 오일남에 대한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해서 이렇게 포스팅을 작성하게 됐다. 

 

 

  포스팅의 제목을 통해서도 말했지만 성기훈과 오일남은 둘 다 게임 중독자라고 할 정도로 게임의 고수이며, 애호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456억을 건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6개의 게임을 진행했지만 사실 주인공 성기훈은 드라마 내내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게임으로 풀어나갔다. 첫 장면에서 오징어 게임의 규칙을 설명하는 회상 장면에서 어린 성기훈은 옷이 찢기는 것도 개의치 않고 승부에 집착했으며, 어른이 된 후의 초반부에는 어머니의 돈을 훔쳐 경마를 했다. 게다가 딸의 선물을 마련할 때에도 뽑기 게임을 이용하는가 하면, 딱지맨을 만나 딱지치기를 해서 제법 많은 돈을 따기도 했다.(맞기도 많이 맞았지만) 그 후엔 서바이벌에 참가해 6개의 게임 모두를 이겨 최종 우승자가 됐고, 마지막 장면에선 자신은 말이 아닌 사람이라며, 프론트맨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듯 말하고 딸에게 가는 미국행을 포기한다. 시즌 2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질지 알 수 없지만 시즌 1에서 보였던 성기훈의 이같은 행보를 봤을 때, 그는 어떤 식으로든 프론트맨과 게임으로 승부를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일남 역시 게임 중독자다. 그는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노는 서바이벌 게임을 만들었으며, 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자칫 자신의 목숨도 위험해질 수 있는 서바이벌에 참여한다. 사람들을 오징어 게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도 딱지치기로 관심을 갖게 했으며, 서바이벌의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한 후 게임의 진행 여부를 놓고 투표를 했을 때에도 사람들을 풀어줬다가 다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구슬뺏기 게임에서는 치매 증상이 심해진 것처럼 연기를 해서, 성기훈의 추악한 본성을 끄집어내기도 했고, 심지어는 숨을 거두기 직전에도 성기훈과 시간을 정해 노숙자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를 두고 내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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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듯 성기훈과 오일남은 삶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게임과 함께하거나 게임하듯이 풀어나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유일한 차이점은 오일남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고, 성기훈은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일남은 자신의 판단과 돈, 폭력, 통제, 인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교묘한 전략 등을 이용해서 게임을 이겨나가지만, 성기훈은 딸의 생일 날짜를 배팅 숫자로 선택하거나 인형뽑기에서 처음 본 아이의 도움을 받고, 서바이벌 과정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도움을 받으며 우승까지 하게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프론트맨'이다. 그는 사람에 대한 가치관이 정반대인 오일남과 성기훈의 중간 어딘가 쯤에(현재는 오일남 쪽에 더 기울어진) 인물이다. 그의 과거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프론트맨의 전직이 남을 돕는 경찰이라는 점과 동생을 위해 신장을 양보했다는 점을 근거로 그는 과거에 성기훈처럼 타인을 믿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어떤 계기를 통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오일남이 주최하는 서바이벌에 참가해 우승까지 하고, 프론트맨이 되어 사람들이 총에 맞아 학살 당하는 장면을 영화 관란하듯이 감상하고, 자신의 신체 일부를 나눠 준 동생에게 총을 쏘는 오일남과 같은 사람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다음 시즌이 자연스러운 서사의 흐름을 따라가려면 필연적으로 프론트맨의 과거를 밝히면서 성기훈과 그가 대결하는 구도로 이야기 전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오징어 게임의 주요 인물인 성기훈과 오일남, 프론트맨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을 밝혀봤다. 감독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팬들이 작품을 재미있게 즐기고, 다양한 해석과 분석 등을 내놓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작품은 잘 쓰여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음 시즌이 언제 만들어질 지, 어떤 이야기로 만들어질 지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부디 흥행 여부에 관계없이 설득력있고 탄탄한 이야기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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