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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오징어가 쓰는 <오징어 게임> 솔직 후기 -스포없음-

by R첨지 2021.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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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SNS나 영화 소개 유투버들의 영상을 통해 목숨을 걸고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영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 작품들은 대개 일본 영화였는데, 일본 영화 특유의 만화 같은 설정과 인물의 감정이나 서사에 공감하기 어려운 세계관, 혹은 엄청 과묵하거나 무슨 일이든 화부터 내는 작위적인 연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게 되진 않았었다. 

 

 

 그래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이정재 주연의 <오징어 게임>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숨바꼭질을 하다가 탈락하는 사람을 가차없이 총으로 쏴서 죽이는 장면이 나오는 예고편을 봤을 때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아무리 요즘 넷플릭스가 투자하고 우리나라 제작진이 만든 영화나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는 있다고해도, 저런 억지스러운 이야기를 몰입도 있게 풀어나가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잘한다 잘한다하니까 이것저것 다 만들다가 망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1편부터 9편까지 단 번에 <오징어 게임> 드라마 완주를 해보니 최근에 인기를 끌고 화제가 됐던 <D.P.>와 바통터치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드라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딱 한 번만 등장하는 단역들의 연기부터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 가는 주연 배우들의 연기까지 모든 장면과 연출이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며, 자칫 억지스러워 보이거나 작위적인 상황까지도 납득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한 마디로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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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에 대한 유투버들의 영상이나 기사의 제목만 보면 이 드라마의 잔혹함이나 표현의 수위가 거부감이 들 정도인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보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전체 이야기와 상황, 그리고 그에 따른 인물들의 감정에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딱 필요한 만큼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알맞게 연출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서바이벌이라는 장르에 대한 거부감만 아니라면, 9개의 에피소드를 중간에 끊기 힘들 정도로 재밌는 작품이며, 게임방과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놀이를 대체하기 전에 골목길에서 즐기던 놀이에 대한 향수와 게임의 결과에 따라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 일으키는 독특한 설정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있는 결말과 예상치 못한 결말을 향해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전개되며, 마지막 장면에서는 시즌 2에 대한 기대감도 불러일으키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드라마를 향해 메디컬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고, 범죄 드라마는 범죄 현장에서 연애한다는 조롱섞인 평가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킹덤, 스위트 홈, D.P., 경이로운 소문, 오징어 게임 같은 다양한 내용의 드라마들이 높은 완성도를 갖춰 만들어지고, 전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분명 반길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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