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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그들의 따뜻한 코미디 세상 <빠더너스>

by R첨지 2021.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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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순간에, 어느 정도로 ,왜 행복한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행복이란 게 반드시 명확하게 정의하거나 확실하게 파악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 행복의 순간들에 대해 막힘없이 밝힐 수 있다면, 그건 자신의 내면을 오래동안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성찰하고, 살아 온 날들을 곱씹어봤다는 반증이 아닐까? 

 

 평소 ‘행복’에 대해 관심이 많아 틈이 날 때마다 그것에 대해 혼자 깊이 생각해보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이렇게 되면 행복하겠다.’, ‘그걸 하면 행복하지 않을까?’ 혹은 ‘이런 순간이 자주 오면 그게 행복한 삶이겠다.’등의 생각만 해봤지, 앞에서 쓴 것처럼 구체적인 행복의 형태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아니 생각해볼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던 게 맞다. 

 

 

 그러다 최근에 푹 빠진 유투브 채널을 보며 분명한 내 행복의 형태를 그려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빠더너스’는 유투브에 코미디 영상을 업로드 하는 크루다. 지리는 문쌤으로 유명한 문상훈과, 영상 디렉터인 김진혁, 촬영을 주로 담당하는 명숙을 중심으로 하며, 최근에는 매니저인 ‘김지철’이 새로 합류했다. 이 외에도 함께 일하는 인문들이 종종 영상에 얼굴을 비추긴하지만 고정적으로 영상에 등장하진 않는다. 

 

 처음 빠더너스의 영상을 알게 된 건 페이스북에 클립으로 올라 온 ‘지리는 문쌤’의 영상을 통해서였다. ‘지리는 문쌤’은 학원 강의실을 배경으로 문상훈이 한국지리를 가르치는 학원 강사처럼 등장해 수업 중에 일어나는 일들을 짧고 재미있게 편집해 올리는 내용의 영상이다. 종이컵에 커피 믹스를 들고 등장해 수학생들과 담소를 나누는 시작이나 칠판에 판서를 하는 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충고나 잡담의 분위기나 억양 등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나도 처음에는 문상훈이 진짜 강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사실 그는 강사가 아니고, 지리는 문쌤의 모든 상황들은 연출된 것이었으며, 그가 보이는 모든 강사의 모습들은 연기였다. 그는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조석봉의 입대 동기로 나왔으며, 6화에서 엔딩 크래딧이 올라간 후에 충격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에 등장했었다.

 

 

 빠더너스 채널에는 다양한 재생목록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기획은 빠더너스 크루들의 일상을 담은 ‘홈비디오’와 문상훈이 혼자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오당기)’이다. 오당기 재생목록의 제목은 홈비디오를 촬영하던 중 김진혁이 성냥개비를 쌓아 올리는 것을 본 문상훈이 오지 않는 그녀를 기다리는 중이냐며 농담을 하면서 만들어진 제목이다.

 

먹방처럼 보이지만 주문한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영상은 끝이 난다.

 

 성냥개비를 우물 정자 모양으로 쌓아 올리며 노는 것도 운치 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찻집에서 오지 않는 그녀를 기다리는 중이냐며 옛날 영화에나 나올 법한 감성을 떠올리게 만든 그 감성이 너무 마음에 든다. 이렇듯 빠더너스의 영상에는 웃음과 감성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든다. 특히 홈비디오에서 명숙님이 촬영하는 방식이 마음에 드는데, 상황과 장면, 카메라 속 인물들의 감정이나 대화에 맞게 특정 피사체를 확대하거나 앵글을 다르게 하는 것 등이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낸다. 

 

 코미디 영상을 채널의 주된 컨텐츠로 삼고 있는 채널들은 대부분 몰카나 과장된 연기를 앞세워 점점 더 자극적인 것들을 보여주게 되지만 빠더너스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웃음이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독보적인 개성과 감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홈비디오나 오당기에서 느껴지는 빠더너스만의 감성은 취향을 타기에 지리는 문쌤 같은 대중적인 기획으로 인기를 끈다면, 충분히 지금보다 훨씬 큰 대형 채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미 빠더너스 유니버스에 푹 빠진 팬의 입장에서는 100만이 넘는 대형 채널로 성장해도, 홈비디오 영상의 감성은 변치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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