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제대할 때까지만 해도 없던 알러지성 비염 증상이 30대 초반부터 생기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그야말로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서 나를 못 살게 만드는 중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씩 재채기와 콧물 흐름이 멈추지 않는 날이 있는데, 그 괴로움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 이비인후과나 큰 병원에 가서 어떤 알레르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지는 검사를 받아 본 적은 없다. 맑은 날, 흐린 날, 봄 여름 가을 겨울 적게는 한 달에 한 번,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비염 증상이 나타나니 검사를 통해 그런 걸 알아봤자 비염이 덜 해지진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염이 있는 날은 재채기가 쉴 새 없이 나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보통 오전에 재채기가 시작되는데, 재채기가 연이어 나오는 증상은 몇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져서 그다지 괴롭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문제는 재채기가 멈춘 후에 감당하기 힘든 알짜배기 괴로움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일단 재채기가 끝나면 콧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수도꼭지 덜 잠근 것처럼 새듯이 나오는 콧물을 해결하기 위해 연신 코를 풀어보지만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사용하는 방법이 휴지로 코를 막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마스크를 하도 쓰고 있으니 휴지를 돌돌 말아 코를 막고 있어도 내가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일하면서, 코를 막았던 휴지를 계속 갈아주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쯤되면 남들이 보기에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아 진다. 또한 양쪽 코를 다 막아버리면 콧물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대신에 입으로만 호흡을 했기에 입 속이 바짝바짝 말라 가기 시작하고 눈동자 안 쪽과 코 안 쪽의 윗부분 어디쯤이 눈알을 빼서 안 쪽을 벅벅 긁고 싶어질 정도로 간지러워진다.
그렇게 몇 시간만 지나고 나면 보통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맹해진다. 온몸에 기운이 빠지고 눈은 붉게 충혈되며,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힘들 정도로 정신줄을 놓게 된다. 콧물을 많이 빼서 그런지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오고, 코는 진작에 헐어 있었다. 물론 알레르기 약의 도움을 받긴 한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 조금 덜 힘들기 위한 일종의 임시방편일 뿐이다. 또, 보통 알러지성 비염약은 먹고 난 뒤에 막강한 졸음을 몰고 온다. 어쩌면 비염약의 효능은 비염을 가라앉게 하는 효능을 가진 게 아니라 수면을 돕거나 눈꺼풀의 무게를 무겁게 만들어주는 쪽일지도 모른다.
보통 오전부터 비염 증상이 심해지면 오후 5시에서 6시쯤엔 모든 증상이 멈춘다. 언제 그랬냐는 듯 콧물 흐름과 재채기는 멈추고, 콧 속은 뻥 뚫려서 더없이 편안해진다. 그러나 그때부터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증이 찾아온다. 머리가 맹해진 탓인지, 하루 종일 콧물을 흘리거나 풀거나 재채기를 해서 기운이 빠진 탓인지,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한 때는 비염을 이길 수 있다는 방법을 다 동원해 본 적도 있었다. "이렇게 했더니 비염이 나았다."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 제일 많이 들었던 내용은 계절이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썼더니 어느 순간 괜찮아졌다는 얘기였다. 보통 집에 환자가 있거나 특수한 치료를 위해서 잘 때도 마스크를 써야했던 사람들이 그런 경험을 했더니 예상치도 않게 비염이 사라졌다는 식의 흐름이었는데, 그 방법을 실천해 본 적도 있었다. 그래서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기 몇 개월 전부터 나는 잘 때도 마스크를 착용했었다. 그 방법이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몇 주 동안은 비염 증상을 모르고 편안하게 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 빌어먹을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에 예전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한 번씩 찾아오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막지는 못했다. 증상이 심할 때만 먹는 약도 어느새 내성이 생겼는지, 이젠 잘 듣지도 않는다. 이제는 그냥 비염이 시작되면 올 게 왔구나 싶은 마음으로 그저 괴로움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지낸다.
오늘은 오랜만에 나타나서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히고 떠나간 비염에 대해 간단하게 리뷰를 해보았다. 비염의 괴로움은 천 번 백번을 말해도 입이 아프지 않다. 돈 많은 만성 비염 환자로 살래, 평범하지만 비염 없이 살래 라고 물어본다면 고민도 없이 평범하면서도 평생 비염 따위 겪어보지 않는 삶을 선택할 것이다. 만약 비염이 사람의 형상으로 나타난다면, 나는 정말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괴롭고 잔인한 고문을 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의술의 발달로 알러지성 비염을 완벽하게 정복할 수 있는 그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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