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해보자고 결심을 굳힌 건 8월 초였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전부터 블로그를 하게 된다면 뭘 써야 할지, 내가 뭔가를 쓰면 블로그에 들어오는 사람은 있을지, 한참 열 올려서 하다가 또 어느 순간 언제 블로그를 했었냐는 듯 그만두게 되는 건 아닌지 온갖 걱정과 고민을 하느라 허송세월을 보냈었다. 그러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글 스무 개를 작성해서 매일 하나씩 올려보자라고 결심을 굳혔다.
그 날부터 틈틈이 휴대폰 메모장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두 달이 조금 안되는 시간만에 이런저런 사진이나 이미지들을 준비해서 쥐어짜듯 간신히 글 스무 개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예약 글을 올려두고는 창고에 식량 쌓아두 듯 새로운 글을 계속해서 작성해나갔다. 오래 지나지 않아 글 30개가 순식간에 올라갔다.
처음엔 순수하게 내 포스팅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는지 궁금해서, 혹은 내가 중간에 그만둬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지인들에게 블로그를 한다고 말하지 않은 채 1일 1포스팅만 지키려고 했다. 사실 한 달이 넘어가면서도 도대체 뭘 써야할지, 내 블로그는 어느 쪽으로 가는 게 맞는 건지, 내가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는지 계속 고민했다.
그러는 동안 카카오 애드핏과 구글 애드센스 신청도 했다. 카카오 애드핏은 단 번에 통과됐지만, 애드센스는 두 번만에 합격했다. 그렇게 첫 광고를 단 날이 11월 28일. 매일 글을 올렸지만 방문자는 50 내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수익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때쯤엔 블로그에 매일 글 하나 올리는 습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던 시기라서 방문자가 들쭉날쭉해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70명대 나오면 기분 좋은 거고, 30명대 나오면 그런가 보다 했으니까.
그러다 12월 13일에 사건이 터졌다. 이틀 전에 아무 생각없이 쓴 베스킨 라빈스 31 아이스크림 후기가 다음 메인에 올라간 것이다. 그 날 하루 방문자는 1만 명이었다. 큰 이미지로 실린 것도 아니고 아래로 한참 내려가야 겨우 보이는 작은 이미지의 링크 하나로 방문자가 이렇게 늘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방문자는 3일 만에 원상복귀 됐지만 그 일을 계기로 블로그 포스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블로그 포스팅에 너무 힘을 주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작성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다시 메인에 올라가는 것을 노리기 위함이 아니라 제대로 작정하고 쓴 글에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아무 생각없이 쓴 포스팅이 메인에 올라가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으니 글의 완성도나 소재에 고민보다 일단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쓰고 싶은 걸 쓰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힘을 빼고 글을 쓰기 시작하니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글의 소재가 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포스팅을 하는 것이 재미있어졌고, 글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 사이 블로그 방문자는 전체포스팅 개수 + 30에서 40이 나왔으며, 스위트 홈처럼 반응이 뜨거운 작품의 리뷰를 첫날 바로 작성했더니 방문자 수는 500 넘게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100일 조금 넘는 날동안 1 일 1 포스팅을 하려고 노력하며 100개의 글을 작성하고 40일 정도 운영하며 얻은 수익은 약 4만원 가량이다. 누군가는 글 100개를 쓰고 그 정도 방문자에 그 정도 수익은 망한 거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미와 호기심에 빠져서 글 쓰고 사진만 찍었을 뿐인데, 4만 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면 이건 그야말로 공돈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블로그 수익은 많으면 좋은 거고, 금액이 적어도 없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그러니 4만 원이 아닌 4천 원이라도 기분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내 생각과 경험의 흔적을 남기고, 글을 쓰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앞으로 포스팅 200개 300개가 넘어갈 때까지 계속 이 마음이 변치않고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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