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날이 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거나, 빗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밑도 끝도 없이 감성적으로 변하는 그런 날 말이다. 센티해진다고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날이면 빼먹지 않고 반복해서 보는 유튜브 동영상이 하나 있다. 바로 가수 박효신의 추억은 사랑을 닮아 무대 영상이다. 해당 영상은 관객 중에 한 명이 찍은 듯하다. 업로드가 된 지는 무려 7년이 넘었다.
박효신을 좋아해서 종종 뮤직 비디오를 보다가 발견한 이 영상은 약 3년 전에 처음 본 후에 즐겨 찾기 목록에 넣어두고 종종 찾아본다. 영상 속에 박효신은 7년 전 영상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으로 노래를 한다. 짧은 헤어스타일에 밀리터리 느낌이 나는 셔츠와 티를 입었으며, 목에는 화려하지 않은 목걸이를 하고, 가늘고 긴 손가락에는 두 어개의 반지를 끼고 있다.
그리고는 약간 높은 의자에 앉아 노래 부르는 듯한 자세로 눈을 감고 호소력 짙게 노래에 담긴 감정을 전달한다. 그가 무대를 통해 만들어내는 애절하면서도 서글픈 분위기 때문인지 관객들은 그 흔한 박수나 환호성 한 번 없이 숨 죽인 채 그의 노래를 듣는 듯하다. 이 영상의 압권은 밖에서 무대 밖에서 들리는 잔잔한 빗소리인데, 마치 슬픈 분위기 연출을 위해 일부러 틀어놓은 효과음인 것처럼 박효신의 애절한 목소리, 그리고 잔잔한 기타의 반주와 함께 아름다우면서도 묵직하게 듣는 이의 감정을 툭툭 건드린다. 이 영상 속에서는 기타 반주로만 노래를 부르는데, 중간중간 박효신의 목소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연주를 멈춘다던지, 노래 가사를 툭툭 내뱉는 타이밍에 현을 튕기는 세심한 연주 덕분에 이 무대는 더 아름답게 완성된다.
요즘 노래들이 따라잡기 힘든 옛 노래들의 매력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가삿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요즘 노래들 중에도 잘 쓰인 가사들은 있지만 노랫말과 같은 감정을 공유한 적이 있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면서도 사용된 가사의 어휘들이 유치하지 않은 가사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박효신이 영상 속에서 부르는 ‘추억은 사랑을 닮아’의 가사는 잘 쓴 가사는 한 편의 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대가 부네요
내 가슴 안에 그대라는 바람이
언제나 내게 그랬듯이
내 맘 흔들어 놓고
추억이라는 흔적만 남기고 달아나죠’
이 노래도 가사를 읽고 있으면 헤어진 사람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이의 마음을 애절하게 표현한 시를 읽고 있는 것 같다. 거기에 더해 우수에 찬 표정으로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는 박효신을 보고 있으면, ‘이 노래는 분명 자기 얘기일 거야. 아니고서야 저런 표정과 얼굴로 노래를 부를 수가 없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다. 혹시라도 센티해지고 싶은 날이나 차분하게 자신의 지난 추억을 되돌아보고 싶은 밤에 틀어놓을 노래가 필요하다면, 이 라이브 영상을 틀어놓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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