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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가 요리로 동생을 이길 수 없는 이유

by R첨지 2020.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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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하기로 정한 것도 아닌데, 어느 날부터 동생과 나는 각자 관심 있는 요리의 레시피들을 하나씩 배워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정식으로 거창하게 요리를 배운다기보다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된 것들을 따라 해 보는 습작 수준일 뿐이다. 그래도 그중에는 먹어 본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한 번, 두 번 만들어 먹다 보니 점점 숙련도가 늘어나는 요리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올 하반기는 엄마가 서울에서 치료를 받으시느라 동생이 집에 혼자 있는 날이 많았다. 혼자 넓은 집에서 심심하고 허전했는지, 다른 사람 간섭이 없어서 좋았는지는 알 수 없다. 혼자 자고 일어나고, 밥을 먹고 집도 정리하며 생활하던 동생이 어디서 봤는지 한우 채끝살 스테이크 덮밥을 만들어 먹어 봤나보다. 그리고 그 맛이 좋았는지, 엄마와 내게 만들어 준 적이 있었다. 나는 전에 어디 식당에서 먹어 본 적 있는 메뉴였지만 소고기의 양이 너무 인색해서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동생이 집에서 만들어준 덮밥은 소고기가 넘쳐나서 배부르고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였다.

 

 그런데 동생은 지난 번엔 자기가 먹었던 고기는 한우였고, 이번엔 미국산 소고기라서 맛이 처음 먹었을 때보다 못하다며 좀 더 맛있게 완성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러더니 결국은 지난 주말에 4 만원을 호가하는 한우 채끝살과 재료들을 사서 마치 설욕전이라도 하듯 나와 엄마를 위해 다시 한번 스테이크 덮밥을 만들어줬다. 

 

 블로그를 찾아보고 레시피를 익혀도 되지만 왠지 동생이 직접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만드는 보며, 배워보고 싶어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만드는 과정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양파를 채썰어서 간장과 설탕 등으로 만든 소스와 함께 적당히 볶아두고 채끝살과 버섯은 버터를 이용해 구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양파와 밥 고기, 버섯을 섞어 고추냉이와 함께 먹으면 된다. 

 

 양파에 넣을 소스 재료의 비율을 외우고, 스테이크를 적당하게 굽는 숙련도만 익히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기가 만들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엄마와 형에게 직접 만들어주는 동생의 정성과 마음이 깃든 한 끼 식사이기에 내가 아무리 좋은 재료로 완벽하게 완성한다한들 오늘 먹은 이 맛은 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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