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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베이비 드라이버>자동차 추격 뮤직비디오 액션?

by R첨지 2020.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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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에 '숀 오브 더 데드(국내 명은 새벽에 황당한 저주’라는 다소 유치한 제목이었다.)'라는 코믹 좀비 영화가 있었다. 코믹과 잔혹한 영화의 대명사인 좀비물이 한 영화에서 어울릴 수 있을까 싶지만 '숀 오브 더 데드'는 제법 잘 어울리게 만들어진 영화였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크게 흥행하진 않았지만 기존의 좀비 영화에서 익숙하게 봐오던 틀이나 구성들을 기발하게 비틀어서 코믹하면서도 유쾌한 전개를 보여줘서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런 점 때문에 흥행과는 별개로 나는 이 영화를 굉장히 좋게 평가했었다. 게다가 영화의 전개가 속도감 있으면서도 개성있는 컷편집이나 연출, 곳곳에서 터지는 영국식 유머로 가득차 있으니 충분히 자신만의 매력을 뽐낸 좋은 영화라고 할 만하지 않은가

 

 처음 숀 오브 더 데드를 봤을 때는 이 영화의 감독이나 이력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인상 깊게 본 '베이비 드라이버'를 연출한 감독이 바로 '숀 오브 더 데드'를 연출했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고, 베이비 드라이버와 에드가 라이트 감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의 전작까지 찾아 본다는 건 그만큼 영화가 인상적이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그정도로 재밌으면서도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범죄 액션 영화였다.

 

포스터부터가 멋지다.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어릴 적 사고로 청력에 장애를 얻은 주인공(안셀 엘고트)이 은행 털이범들의 도주 전문 운전사로 활약하던 중에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을 맡은 안셀 엘고트가 런닝 타임 내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나오기 때문에, 영화는 자연스럽게 뮤지컬 영화라고 느껴질 정도의 다양한 음악으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조금 알아보니 에드가 라이트 감독는 이 영화의 OST 저작권 문제를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음악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었는지는 영화를 보는 동안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영화 중간에 주인공인 '베이비'가 은행 강도들의 아지트에서 나와 커피를 사러가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에드가 라이트는 장면을 구상하고 음악을 고른게 아니라 음악을 먼저 고르고 장면을 구상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끝나면 특정 장면이나 줄거리보다 어느 상황이나 장면에서 흘러나왔던 음악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보고는, 자연스럽게 음악 어플을 키고 OST를 재생 목록에 추가해서 차에서 듣기 시작했다. "자, 이제 내가 베이비 드라이버다." 따위의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은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주연인 안셀 엘고트 이 외에도 케빈 스페이시와 제이미 폭스(오스카 상 수상 경력에 빛나는!), 존 햄이 각기 다른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스크린을 압도하고, 주인공의 상대역인 릴리 제임스도 상큼하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단역이긴하지만 강렬한 모습을 보인 에이사 곤살레스도 기억에 남았다. 저마다의 방식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강도들 사이에서 아슬아슬 갈등과 균형을 유지하려는 안셀 엘고트의 연기도 좋았지만, 강렬한 눈빛과 분위기로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존 햄과 제이미 폭스,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도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이처럼 베이비 드라이버에서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멋진 연기로 마치 배틀을 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만,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을 보이던 케빈 스페이시가 후반부에는 예상치 못한 연약한 모습을 보이는 부분이나, 여유 넘치고, 중후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던 존 햄의 캐릭터가(계기가 있긴 했지만) 지나치게 광기어린 모습으로 나오는 결말 부분이 이야기의 흐름이 다소 매끄럽게 보이진 않아서 살짝 아쉽게 느껴졌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포스터와 어쩐지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단점들은, 어느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기발한 자동차 추격신이나 연출 등의 매력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느꼈질 정도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GTA 5 라는 게임이 떠올랐다. 카툰 랜더링 풍의 포스터나 구도가 비슷해 보일 뿐만 아니라, 게임에 등장하는 은행털이의 준비 과정, 은행을 털 때 각자의 맡은 역할이 분명하게 나뉘어진 장면, 그리고 자동차를 몰아 경찰들을 따돌리는 요소들이 GTA 5에서도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 어느 정도 비슷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신나는 음악과 속도감, 몰입감이 뛰어난 자동차 액션, 매력있는 배우들의 명연기, 독특한 연출과 편집으로 무장한 영화를 느껴보고 싶다면, '베이비 드라이버'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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