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걸려도 나는 뭔가 안 걸릴 것 같던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일요일 밤에 목이 살짝 간지럽길래 '설마?'했지만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불편한 건 더 심해졌고, 기침까지 나왔다. 이 때까지만 해도 단순 감기일거라 생각하며 자가 진단을 해봤다. 붉은 색 한 줄만 나오는 것을 보고, '역시 나는 무적이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며, 동생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무용담처럼 메시지로 보냈다. 그러자 동생은 혹시 모르니까 목에도 자가키트 한 번 해보길 권했고, 바이러스에 대한 내 면역력을 자랑하고 싶었던 나는 이것봐라 역시 음성이지 라고 말할 생각으로 목구멍 깊숙하게 면봉을 찔러 넣었다. 물을 마시며 테스트기를 쳐다봤는데, 역시나 붉은색 한 줄만 나타났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테스트기를 버리려고 집어들었을 때, 이제까지 자가진단 테스트를 했을 때는 본 적 없던 아주 희미한 옅은 선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곧바로 사진을 찍어 코로나에 걸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물어보자, 양성인 것 같으니 PCR을 받아보라고 했다.
당장 학원 걱정이 앞섰다. 4월 말에서 5월 초에 중고등 학생들 중간 고사가 있어서 어느 때보다도 집중적으로 수업도 해야하고, 아이들 공부도 시켜야하는 시기에 일주일이나 못 나가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편으론 연로하신데다 병환 중에 계신 어머니가 마침 치료를 위해 서울에 가 계신 동안 내가 확진이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신속 항원 검사를 하러 병원으로 향했다. 개인 이빈후과였는데, 제법 많은 사람들이 항원 검사를 받으러 와 있었다. 결과는 역시나 양성.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탄 후 집에서 격리를 시작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코로나에 걸리기 전에는 코로나에 걸려 자가 격리를 하게 되면, 마음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내 확진이 직장 동료들을 비롯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니 일단 마음 자체가 편하지 않다. 게다가 이 코로나 증상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던데, 내 경우에는 온 몸이 어설프게 불편하게 아픈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목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기침도 나고, 몸이 춥기도한데, 이게 끙끙 앓을 정도는 아니면서도 잠을 자도, 앉아 있어도, 서 있어도 무언가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있어도 끊임 없이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주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키진 않지만 약을 먹기 위해 꾸역꾸역 빵이나 스프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약기운에 취해 누워 있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며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동안 밀린 영상편집이나, 영화 감상, 게임 등을 하고 싶지만 어지러움과 오한 때문에 뭔가에 오래 집중할 수가 없다. 오히려 그런 활동들이 어지러움을 더 가중시킬 뿐이라 이내 포기하고 대부분은 멍하게 고통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체감상 하루가 다 간 것 같은 시간이 지난 것 같아 동생이 퇴근할 때가 됐나 싶어 시간을 확인하면, 겨우 점심 먹을 시간이 됐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점심 약을 먹기 위해 주방에 있는 것들을 모아 점심을 먹고, 다시 오전과 비슷한 시간을 보낸다. 월요일부터 오늘 수요일까지 딱 3일간 이 루틴을 반복 중인데, 마치 내가 사는 집과 똑같이 꾸며놓은 감옥에 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답답하고 힘이 든다.
이제는 하루 빨리 자가 격리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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