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든 그게 언제이든 세상 모든 일에 흥미가 없고 재미도 없는 노잼 시기가 있다. 아니 있어야만 한다. 만약 이 전제를 부정하면 최근 내 상황과 심정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한 무신경, 무기력, 무심, 무의미…
아무리 힘들고 피곤하고 짜증이 나도 그 순간에는 극단적인 쾌락과 기쁨을 주던 퇴근과 주말, 그리고 맥주 한 캔, 커피 한 잔, 크리스피크림의 미니 오리지날 글레이즈드, 퇴근하고 소소하게 즐기던 게임들 조차도 요즘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 야식을 시키기 위해 매뉴를 고민하거나 관심있는 분야의 유투브 영상을 보거나, 적당한 날씨에 산책을 하거나, 단골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일상 속 소소한 기쁨들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햇살도 쨍쨍해진 봄날이 왔으니 그에 걸맞게 몸도 마음도 고무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아무리 뜻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지 모르게 하루 업무를 마치고 집에 오면 피곤하고 힘들어서 씻지도 못하고 소파에 누워서 멍을 때리거나 게임을 하거나, 유투브를 보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잘 준비를 마치면 새벽 2시가 훌쩍 넘어간다.
잠만이라도 깊고 맛있게 자면 좋겠는데, 잠이 들면, 꿈 속에서도 학원에서 수업을 하거나, 원장님과 통화를 하면서 일 얘길 하거나,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과 투닥투닥 업무들을 처리한다. 그 꿈들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아침에 눈을 뜨면 자고 일어난 개운함 대신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몰려올 정도다. 만약 이번 주말에도 자면서 학원 꿈을 꾸면 악몽을 막아준다는 드림 캐쳐라도 구매할까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이렇게 주저 앉아 있는 것 같은 이 날들이 얼마나 더 나를 괴롭힐지 알 수 없지만 하루 빨리 정신을 차리고 하루하루를 즐기듯이 살고 싶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을 감사하게 여기며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살고 싶었는데, 요즘 같아서는 시간에게 쫓김을 당하는 것처럼 살고 있다.
물론, 조만간 멀지 않은 시간 안에 언제 축 처져 있었냐는 듯 또 신이 나서 재밌게 잘 지낼 수 있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늘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현재의 무기력한 시간들이 잠시의 쉼표가 아니라 묵직한 바위 아래에 깔린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초조함이 든다. 뭔가 내가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이럴 땐, 일 걱정,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없이 다 털어내고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면 제일 좋을텐데, 그런 날을 기약할 수 없다는 사실도 내 몸을 누르고 있는 중압감에 무게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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