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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이제 SF까지? Netflix <승리호> 리뷰

by R첨지 2021.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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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년 전인가? <승리호> 예고편을 봤을 때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대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부산행>이나 <괴물> 같은 작품으로 헐리우드의 전유물 같던 좀비물, 괴수물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국내 영화 산업의 저력은 인정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물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출을 맡은 조성희 감독의 전작들도 내게 그다지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기에 <승리호>는 더욱더 기대하기는 힘든 영화였다.

 

 

 그런 이유들로 오만방자하게 예고편도 보지 않은 나는 '보나마나 우주 배경 조금 보여주고, 게임 트레일러 같은 우주 비행 조금 끼워 넣고, 누가 봐도 티가나는 특수효과 몇 분 집어넣고는 엉성한 세트로 만든 우주선 안에서 배우들이 말싸움이나 몸싸움 보여주는 무늬만 우주 SF겠지 뭐'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당시에 이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해도 절대 보러 가지 않을 영화라고 단정 지어 버렸다.

 

플레이스테이션 넷플리스로 감상했다.

 

 그런데 <승리호>는 코로나19로 개봉이 계속 뒤로 밀리더니 결국 넷플릭스로 공개되었고, 마침 최근까지 보던 <멜로가 체질>도 완주를 끝내서 볼 게 없어졌기에 '앞부분만 조금 보다가 재미없으면 꺼야지.' 라는 생각으로 <승리호>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도 모르게 '와~'라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영화를 보기 전에 무조건 <승리호>를 얕잡아 봤던 내가 너무나도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로 이 영화는 잘 만든 SF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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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호>는 이 마치 헐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에서 한국 배우들을 데려다 만든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설정이나 이야기의 구조,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스타워즈>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 두 번쯤 본 것 같은 익숙한 것들이지만 그런 것들이 어색하다거나 어설프게 흉내낸 것 같은 느낌도 들지 않았다. 몰입도나 재미는 최근에 본 SF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뛰어날 정도였으며, 영화가 다 끝나고나서는 이 설정과 배우들 그대로 후속작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사진 메리크리스마스

 

 하지만 <승리호>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딱 두 가지가 거슬렸는데, 그 중 하나는 극중 안드로이드 로봇의 성우를 맡은 유해진과 영화 잘 만들어놓고 왜 저렇게 연기 못하는 단역 배우를 쓴걸까 싶은 몇몇 외국 배우들의 발연기였다. 유해진은 정말 좋아하는 배우지만 굳이 안드로이드 로봇에 유해진의 목소리를 써야했을까라는 의구심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가시질 않았다. 업동이의 목소리가 전형적인 기계음이나 정말 로봇 느낌이 나는 말투다면 좀 더 SF 영화다운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승리호>에는 많은 외국인 배우들이 등장한다. 낯익은 유명 배우들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짧게 등장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후반부 주요 장면에서 한 두 컷 정도 등장하는 단역 배우들이 충격적인 사실에 놀라는 표정을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 장면의 연기가 실소를 자아낼 정도로 어색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마지막으로 몇 년 전에 본 서프라이즈에서 단역으로 등장해 대사 한 마디 없이 주인공들을 보고 수근거리나 무언가를 보고 놀라거나, 신문기사등을 보며 신기해하는 사람들 역할을 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처음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로 기록될 <승리호>는 국내 영화의 영역을 우주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도 남을 만한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다면 최대한 큰 화면으로 즐기길 추천한다. 추후에 이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다면 나는 한 번 더 보러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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