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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처음 먹어 본 단호박 식혜 솔직 평가

by R첨지 2021.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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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 ‘흰 바람 벽이 있어’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 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끌은 다 낡은 무명 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며칠 전 고등부 아이들에게 이 시를 가르치느라 오랜만에 다시 읽는데, 이 구절을 읽다가 시적 화자처럼 나도 식혜가 마시고 싶어졌다. 추운 겨울밤엔 달디달고 따끈한 것도 좋겠지만 나는 달디달고 시원한 쪽이 취향이다. 하지만 엄연하게 말해서 식혜는 엿기름으로 만들고 감주는 누룩으로 만들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음식이다. 그러나 우리집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식혜와 감주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대상으로 칭했기에 감주라는 시어를 본 순간 나는 식혜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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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식혜는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는 게 제일 맛있기에, 평소라면 어머니께, ‘명절도 다가오는데 연습 삼아 식혜 좀 왕창 만드는 거 어때요?’ 라며 부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어머니께서 편찮으셔서 어머니가 직접 만드신 식혜를 마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는 수 없이 아쉬운 대로 마트에 파는 비락 식혜라도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고 마트 음료 코너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하늘청이란 낯선 회사에서 나온 단호박 식혜를 발견했다. 단호박과 식혜의 조합이라니, 지역마다 식혜의 종류와 맛이 조금씩 다르니 단호박과 식혜를 섞은 조합이 다른 지역에서 예전부터 만들어 먹던 방식인지, 아니면 음료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최근에 생겨난 조합인지 알 수 없지만 잠시만 맛을 상상해봐도 도저히 맛이 없을 수가 없는 그런 조화였다. 

 

 

 게다가 단호박은 피로회복이나 소화 촉진,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건강한 채소니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식혜를 찾아낸 것이다. 당장이라도 진열되어 있던 세 개의 패트를 모두 장바구니에 담고 싶었으나 참았다. 아직 맛이 검증되지 않았기에 일단 하나만 사서 맛을 보고 괜찮으면 나중에 더 사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에 오자마자 맛을 보기 위해 적당히 흔들어 뚜껑을 열고 잔에 따라보니 단호박 특유의 달달한 향이 올라왔다. 콜라나 사이다, 각종 탄산 음료와는 다른 자극적이지 않은 단맛과 적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 밥풀이 기분 좋게 넘어가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시원한 목넘김도 깔끔해서 기분까지 좋아지는 것 같았다. 명절 연휴는 아직 열흘 가량 남았지만 기름진 명절 음식들을 먹다가 조금 느끼하다 싶을 때 시원하게 들이키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오는 명절 연휴는 가족들과 나눠 마실 수 있게 여러 개를 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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