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앱등이다. 2018년에 구입한 아이패드 프로 3 세대와 아이폰 X, 에어팟 2 세대에 애플워치 5 세대까지 사용하고 있으니 하루 종일 애플 기기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에 대한 충성이 이 정도쯤 되자 주변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이제 맥북까지 갖추면 완전체가 되겠네?”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이 섞인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이런저런 말로 웃어넘겼지만 사실 최근까지 맥북 시리즈를 사야겠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맥북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200만 원이 훨씬 넘는 큰돈을 투자해서 가지고 있을 만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간단한 문서 작업용으로만 사용하는 저사양 노트북을 쓰고 있는데, 워낙 사양이 낮고 메모리 용량도 적어서 느리고 답답하긴 해도 그럭저럭 잘 사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맥북 전용 프로그램 중에는 영상편집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파이널 컷 프로 말고는 크게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요소가 없기도 했었다. 그래서 내 업무나 취미 등을 고려했을 때, 맥북 시리즈의 사용 빈도가 높아질 것 같을 때가 오면 그때가 언제가 되든 적절한 타이밍에 욕심부리지 말고 구매하자는 계획만 세워두고 있었다.
그러나 애플이 자체 개발한 m1 칩셋이 들어간 맥북 에어가 출시되자 마냥 손 놓고 적절한 구매 타이밍을 기다리기 힘들어졌다. 가격 대비 성능이 지나치게 좋은 제품으로 출시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 애플 공식 홈페이지와 IT 유투버들의 사용기 영상들을 챙겨보며, 애플 맥북이 내게 필요한지, 막상 있으면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를 세부적으로 상상해보기 시작했다.
평소 게임기나 전자기기들에 관심이 많긴 해도 무턱대고 구매하는 편은 아니다. 물건의 가격과 사용빈도를 최대한 세밀하게 견주어보고 구매한 가격 이상의 활용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면 구매하는 편이라 이제까지 어떤 제품을 사고 나서 ‘아, 저건 쓰지도 않는 거 괜히 샀다.’라고 후회해 본 적은 없었다. 가끔 내가 예상했던 제품의 값어치를 못하거나 사용빈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되면 더 고민하지 않고 중고나라나 당근 마켓으로 처분하는 편이다.
내가 만약 맥북을 사서 갖게 된다면 기본적으로 키노트를 이용해 수업에 쓸 자료들을 만들고,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는 용도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블로그 글도 작성하고, 가끔 제자들과 디코에서 만나 롤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시청하기도 할 것이다. 애플 맥북은 현재 가지고 있는 아이패드를 서브 모니터처럼 사용할 수도 있어서 수업 자료를 만들거나 이런저런 자료를 모아 블로그 글을 쓸 때에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카페를 좀 더 당당하게 갈 수 있….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m1 칩셋이 탑재된 맥북 시리즈가 이벤트성으로 한정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기에 굳이나 지금 구매할 필요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실제로 맥북 에어를 결제까지 했다가 다시 하루 만에 구매 취소를 누르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변수가 생겼다. 그것은 현시점이 대학생 할인과 12개월 무이자 할부 적용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1월에 새로운 노트북 구매가 많이 이뤄지는 편이니 대학교 입학생이나 재학생들을 겨냥한 이벤트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잘 아는 대학생이 있고, 그 학생이 애플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 없다면, 대학생의 계정을 빌려 대학생 교육 할인 적용을 받아 맥북이나 아이패드를 구매할 수 있다.
대학생 교육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구매자가 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인증을 받아야 한다. 먼저 공식 홈페이지 하단에 있는 교육 할인 구매 사이트로 가서 로그인을 한 후 구매할 제품을 선택하고 결제까지 진행한다. 그러면 대학생 계정 확인을 위한 메일이 오는데, 해당 계정의 메일로 적용 기간이 명시된 학생증이나 최근에 발급받은 재학 증명서를 스캔해서 개인 정보 동의서 구매 번호와 함께 보내면 된다. 대학생 교육 할인을 받은 구매자들의 후기를 찾아보면 간단하게 인증이 통과됐다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현재 같은 직장에 있는 대학생 동료분께 양해를 구하고 결제까지 마친 상태다. 곧 대학생 인증을 하라는 메일이 오면 미리 준비해 둔 재학 증명서 PDF 파일과 구매 번호, 개인정보 동의서를 보내고 인증이 통과되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사실은 이 전에도 휴학 중인 대학생 조카의 계정을 빌려 똑같은 과정을 거쳤는데, 어쩐 일인지 인증에 실패했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순 없다. 휴학생도 교육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계정 정보와 배송 정보를 일치시키지 않은 것 때문에 인증받지 못한 것 같다. 이번엔 계정 정보와 배송 정보 모두 일치시키고 결제를 진행했기에 보내야 하는 서류만 제대로 갖춰서 보내면 승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힘겨운 애플 맥북에어 구입 과정을 적어봤다. 대학생 할인 적용 기간은 3월 16일까지라서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설 연휴가 지나서 한 번쯤 더 도전해 볼 계획이다. 만약 실패한다면… 이번 맥북 에어는 나와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년 교육 할인을 노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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