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최고의 작품 3 대장(주관적)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대부분을 애정하지만 그중에서 탑 3을 뽑으라면, 토이스토리, UP 그리고 라따뚜이다. 모두 너무 재미있게 본 작품들이고, 감명 깊었으며, 오래 기억에 남아서 종종 다시 보게 될 정도다. 나는 픽사의 작품들에서 전달하는 주제의식이 모두 마음에 든다. 그중에서 오늘은 라따뚜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요리를 어깨너머로 보며 따라 하게 만들어 준 사람이 백종원 님이라면, ‘취미든 뭐든 좋으니 요리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심어 준 것은 라따뚜이였다.
애니메이션에 나온 주인공들처럼 고급 레스토랑 요리 수준은 아니겠지만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따뜻하고 맛도 좋은 요리를 만들어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것만큼 안락한 행복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에 자주 나왔던,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명대사는 내게 요리에 대한 로망을 만들어 준 셈이다.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다양한 요리들의 맛이 대부분 궁금했지만 그중에서도 레미와 링귀니를 위험에 빠지게 한 빌런들 중에서도 끝판왕에 해당하는 평론가 안톤 이고가 마지막에 먹었던 요리이자,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라따뚜이에 대한 호기심이 제일 강했다.
라따뚜이의 배경이 대한민국이었다면?
‘라따뚜이’는 프랑스 지방에서 먹던 가정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된장찌개급인가? 픽사를 만든 제작자들이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면, 제목은 ‘된장찌개’였을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최고의 요리사 백종원은 말합니다.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 그 말에 감동받은 시골쥐는 서울로 상경해 백종원의 식당 막내와 힘을 합쳐 요리를 만들게 되는데...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성공적으로 식당을 키워나가던 그들의 앞에 악명 높은 요리 평론가가 나타난다. 쥐가 요리를 한다고? 어디 그럼 내게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만들어 봐. 뭐? 된장찌개? 대한민국 최고의 요리 평론가인 내게 고작 된장찌개를... 흡! 호오오오오오오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내게 만들어주셨던 된장찌개 바로 그 맛이야! 하지만 결국 쥐가 나왔다는 이유로 식품위생법을 어긴 식당은 결국 문을 닫게 되고, 주인공과 시골쥐는 작은 기사 식당을 차려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서론이 쓸 데 없이 길었는데, 아무튼 문제의 라따뚜이를 먹어보고 싶었지만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끝판왕에게 만들어준 요리이니 고난도의 요리 기술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레시피를 찾아볼 생각도 못했었다. 그러다, 내가 블로그를 꾸준히 하는 걸 기특하게 보신 지인분이 이런 것도 한 번 써보거라 하며 소스를 주셨는데, 그게 바로 라따뚜이 만들어 먹기였다. 놀랍게도 만드는 과정은 하나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양파를 잘게 썰어서 올리브 오일과 함께 볶다가 토마토소스를 넣고, 소금 약간 후추를 넣은 후 그 위에 적당한 두께로 썰어 놓은 가지와 호박, 토마토를 도미노 블록 쓰러진 것처럼 올려두고,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해 익히면 완성이었다. 물론 이건 가장 대략적인 레시피이고, 좀 더 깊게 들어가서 치즈를 넣으면 더 맛있다는데, 어쩐지 라따뚜이 한 번 만들어 먹고 나면 남은 치즈는 묵혀두다가 버릴 것 같은 예감에 치즈는 추가하지 않기로 했다.
라따뚜이 만드는 방법'은'' 쉽다
마침 크리스마스고, 항상 만들어 먹던 거 말고, 좀 색다른 요리를 해보고 싶었다. 곧바로 마트로 달려가 재료들을 사서 만들어봤다. 칼질도 제법 해서 일정한 두께로 재료들을 자를 수 있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이럴 때 쓰려고 사 둔 채칼도 있었기에, 만드는 과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리 읽어 둔 레시피대로 만드는 과정은 순탄했지만, 결과물의 맛은 순탄하지 않았다. 첫 번째로 에어프라이어를 180도로 설정하고 20분을 돌렸는데, 어쩐 일인지 야채와 토마토소스가 조금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했다. 게다가 준비한 토마토소스가 매콤한 맛이 나는 아라비아따라서 매운맛이 생각보다 강한 탓에 야채의 맛을 온전하네 느낄 수 없었다. 야채를 가지런히 올리고 올리브 오일을 뿌린 뒤, 치즈까지 넣으면 맛이 좀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 만들어 본 라따뚜이는 애니메이션 속 레미가 만들어서 안톤 이고가 맛을 본 후 “모든 사람이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대한 예술가는 어디서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다.”라는 평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그러나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보는 과정은 역시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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