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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경이롭게 재미있는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by R첨지 202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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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일요일에 방영하는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매 회 시청률이 큰 폭으로 오르더니 전체 방영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8회만에 9.3%를 기록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경이로운 소문’은 악한 사람에게 들어가 살인을 하면 점점 더 강해지는 악귀를 찾아 처단하는 ‘카운터’들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물이다. 대략적인 시놉만 봤을 때는 굉장히 유치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나도 드라마를 보기 전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몰입감 넘치는 연출과 원작의 캐릭터들을 뛰어넘는 캐스팅, 그리고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까지 더해진 범상치 않은 드라마다. 취향에 따라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공개되어 화제가 된 스위트 홈보다 더 재미있게 빠져서 보고 있다. 

 이야기 구성도 탄탄하고 배우들도 연기를 잘하지만 경이로운 소문의 가장 큰 매력은 사이다같은 통쾌한 요소들이 많다는 점이다. 같은 학교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진을 소심하고 힘도 없던 소문이가 카운터의 힘을 이용해 속 시원하게 응징한다거나, 화려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부모를 둔 일진들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게 된 소문을 도와주는 대기업 회장님(물주 카운터)의 든든한 모습, 악귀를 잡는데만 써야하는 힘을 사적인 복수로 썼다는 이유로 카운터의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자 팔걷어부치고 융인(카운터의 고용자)들에게 호통을 치며 소문이를 지켜주는 추매옥(카운터 중 한 명)의 모습들은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다른 드라마에서도 일진들의 학교 폭력이나 권력의 횡포, 뉴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부조리한 상황들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는 일명, 사이다 장면들은 나온다. 시청자들은 현실에서 벌어지기 힘든 드라마 속 통쾌한 장면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장면들을 조금이라도 어색하게 연출하거나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작위적이어서 손발이 오글거리게 되면, 드라마에 대한 몰입감도 떨어질 수도 있고,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려다 자칫 조롱거리가 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이로운 소문은 제작진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 적절한 배경음악 등이 잘 어우러져 흥미진진하면서도 보고나면 속이 후련해지는 상황과 장면들을 잘 만들어냈다. 바로 이런 점이 경이로운 소문의 최대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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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이로운 소문의 또 다른 매력은 원작 웹툰을 능가하는 생동감 있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실질적인 주연인 소문이 역의 조병규와 카운터 동료들인 유준상, 김세정, 염혜란, 안석환은 드라마 시작부터 애정이 샘솟는 매력과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뿐만 아니라 조연들도 누구 하나 버릴 인물 없이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장면이 나와도, 반갑고 재밌다. 악귀들은 소름끼치고, 액션은 시원시원하며, 조폭들은 적당하게 무게감 있는 느와르 영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소문의 친구들은 귀엽고 웃기고, 훈훈하다. 단역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로맨스 빼고...아 생각해보니 가모탁과 형사의 로맨스도 나오는구나. 아무튼 다양한 장르들이 조화롭고 알차게 구성된 느낌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처음부터 보지는 않았고, 유투브에 올라오는 일부 장면들을 보고는 호기심에 시청하게 됐다. 주말 동안 넷플릭스로 8회까지 몰아서 본 날이 12월 20일이었고, 26,27일에 방영되는 9회10회를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을 위해 산타가 준비한 크리스마스의 축복으로 여기며,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OCN 성탄특집 프로그램 편성에 밀려 경이로운 소문은 결방이 됐다고 한다. 이 드라마 한 회 한 회가 성탄특집 레벨인데, 결방을 결정하다니 OCN이 시류를 읽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부디 경이로운 소문의 모든 스탭과 배우들이 16화까지 아무런 사고없이 이 드라마를 잘 마무리하고, 시즌2 제작도 확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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