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추천작 [러브 데스 로봇]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4편

 

러브 데스 로봇?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성인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러브, 데스, 로봇은 SF와 미스터리, 액션, 호러, 사이버 펑크, 풍자 등의 다양한 내용이 담긴 18개의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이다. 18개의 이야기는 서로 연관성이 없고, 한 편당 15분 내외의 러닝타임을 가졌기에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러브, 데스, 로봇의 각 이야기들이 짧은 런닝 타임을 가졌다고 해서 그 내용의 무게도 가벼운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이유는 이 시리즈의 제작을 맡은 감독이 그 유명한 팀 밀러와 데이비드 핀처이기 때문이다. 팀 밀러는 데드풀 1편을 연출한 감독이며, 세븐과 파이트 클럽, 조디악, 나를 찾아줘 같은 다양한 작품으로 인정을 받은 거물급 감독이다. 

 이 작품은 거의 모든 에피소드들이 시작과 동시에 빠져들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며 개성이 강하지만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적의 소니’, ‘숨겨진 전쟁’, ‘행운의 13’, ‘사각지대’였다.

 

 

무적의 소니

 뇌파로 크리처를 연결해 대전을 붙여, 어느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싸워 승패를 가르는 경기에서 자신의 크리처로 무패를 이어가며 챔피언의 위치에 오른 소니, 그녀는 상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줄 테니 경기에서 패배해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러나 소니와 그녀의 팀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거절하고 경기장에 들어선다.

 사이버 펑크를 연상케하는 인물들과 도시의 분위기, 잔인하면서도 자극적인 크리처들의 대결,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알차게 갖춘 에피소드였다.

 

숨겨진 전쟁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치르던 소비에트 연방, 시베리아의 숲에서 정체불명의 괴물들과 싸우는 소련군의 이야기를 그린 에피소드. 특히 ‘숨겨진 전쟁’의 실사에 가까운 놀라운 그래픽은 큰 화면으로 보고 있으면 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순식간에 사람을 찢어 죽일 수 있는 괴물을 상대로 두려움 없이 전투에 나서는 소련군의 모습이 너무 멋지고 강렬하며 인상적이어서 처음으로 러시아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장엄하고 처절한 전투 장면이 인상적이지만 흠칫할 정도로 잔혹한 장면도 있으니, 취향이 아니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행운의 13

 두 번의 출전에서 조종사를 포함 모든 탑승자가 죽고 기체만 복귀한 수송기 ‘행운의 13’을 조종하게 된 콜비와 행운의 13의 이야기. 불길한 전적 탓에 그 누구도 조종하기 원하지 않고, 그 누구도 탑승하고 싶어 하지 않는 행운의 13이지만 콜비는 담담하게 임무에 출전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콜비가 조종석에 앉은 후부터는 여러 번의 임무를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마치며, 진정한 행운의 상징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고립된 보병들을 호송하는 임무를 맡은 콜비와 행운의 13이 적들의 미사일 공격으로 적 보병부대에 포위된 채 불시착하게 된다.

 러브 데스 로봇 전체 18개의 이야기 중에는 앞서 소개한 숨겨진 전쟁처럼 엄청난 그래픽 효과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있고,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만들어진 에피소드도 있는데, 행운의 13은 뛰어난 그래픽으로 만들어져 한 편의 장편 영화의 도입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각지대

  사이보그로 구성된 강도단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무장된 버스 안에 있는 고가의 칩을 훔치는 과정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이다. 다른 편들에 비해 암울한 요소가 없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다른 에피소드들이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줄 정도로 어둡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라서 다소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무언가를 풍자하는 내용도 있어서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는데, 사각지대는 액션 만화의 한 장면에서나 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과장되고 시원시원한 액션신과 추격신이 전부인 에피소드였다.

 

 

시즌2...?

 환상특급이나 블랙 미러, 기묘한 이야기의 애니메이션 버전 같은 러브 데스 로봇의 시즌2가 제작된다고 한다. 데이비드 핀처는 시즌 2의 제작에 집중하기 위해 마인드 헌터 차기 시즌까지 취소했다고 한다. 정확한 공개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내년에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긴 호흡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짧고 강렬하며, 개성 있는 ‘러브 데스 로봇’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