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아무 흥취나 감흥없는 말로 여기겠지만 ‘시’라는 명칭은 더 할 나위없이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간결하게 한 글자라는 것도 마음에 들고, 받침이 없어 발음할 때 깔끔하게 발음할 수 있는 것도 좋다. 더울 때 시원하고, 서늘할 때 따뜻한 느낌이랄까? 마치 별다른 꾸밈 없이도 청초하고 깔끔한 모습이 수수한 매력으로 느껴지는 사람을 만난 것 같다.
지금은 시를 좋아하지만 사실 어릴 땐 시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 지 알지 못했다. 중고등학교 국어나 문학 시간에 배우는 작품들을 공부하면서도 도대체 왜 이런 걸 배워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정도로 시는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갈래였다. 그러나 40년 넘게 온갖 달고 쓴 인생의 순간을 겪으면서 살다보니, 시를 읽다가 가슴을 찡하고 울리는 순간들이 잦아진다. 어릴 이해도 안 가고 공감도 안 가던 시 속의 감정들이 이제는 어떤 건지 알게 됐기 때문이겠지? 아무튼 그렇게 시를 읽으며 감동을 할 때마다 좋은 시를 쓴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새삼 감탄하게 된다.
아무리 순수하고도 애절하고, 아름다운 감정을 가슴 속에 가지고 있다고한들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지 않으면 혼자만 잠시 느끼고 말 뿐이지만,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예쁜 말들로 다듬고 다듬어 표현해내면, 그것이 한 편의 시가 되는 것인데, 시인들은 그것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사람들이니 내 눈에는 위대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렇게 완성된 시가 읽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읽는 사람의 정서나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면, 그건 명작이라고 할 만하다. 내 기준과 취향에서 읽을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시는 <결빙의 아버지 - 이수익>,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멸치 - 김기택>,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쉽게 쓰여진 시 - 윤동주> 등이 있다. 이런 시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시를 쓰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들, 어렴풋하게라도 흉내내는 것을 엄두도 못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인은 아무나 될 수 없다. 내 감정을 정제 된 말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감수성과 감각...그런 것도 일종의 재능이기에 시인은 타고나야 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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