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구,동,읍,면,리의 개념이 있다면 내 블로그는 '리'쯤 되는 시골이었다.
매일 포스팅 올리는 재미가 진진해서 방문자 수에 딱히 신경을 안 썼다지만 두 달 넘게 평균 40명 정도의 방문자만 있는 건 솔직하게 말해서 마냥 마음이 편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다 최근에 올린 마스크 포스팅이 반응이 좋아서 이틀 연속 70명이 넘는 방문자를 기록했다. ‘나도 드디어 100명대로 진입하게 되는걸까?’ 이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들떠 있던 일요일 오후 일을 하다 잠깐 시간이 남아 블로그 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리고 블로그 관리 메인 화면에 뜬 방문자 수를 보고 휴대폰 액정을 탕탕 두드리고 (흐르는 물에 비누를 사용해 30초 이상 씻은) 손으로 눈을 비볐다. 오후 4시 40분 경이었는데 방문자가 2500명이 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류이거나 해킹이거나 렉이라는 가정하에 페이지 새로 고침도 해보고, 모바일 인터넷 창을 종료하고 다시 접속해봤다. 방문자가 분단위로 몇 십씩 올라가고 있었다.
휴대폰이 이상하거나 페이지 오류가 나거나 렉이 걸린 게 아니었다. 평균 방문자 40 내외의 변방 시골 블로그에 2500명이 넘는 방문자들이 접속하고 있었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호흡이 빨라졌다. 이런 일이 생긴 원인을 찾아봤다.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이 어딘가에 메인 페이지에 내 게시물 중에 뭔가가 소개 된 것이 분명했다.
메인님의 간택을 받다.
서둘러 방문자 통계와 유입 경로를 찾아봤다. 기타 유입에 들어가보니 다음 페이지와 모바일 다음에서 방문자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과연 다음 메인 페이지를 이리저리 뒤져보니 화면 하단의 여행/맛집 카테고리에 익숙한 사진이 눈에 띄었다. 최근에 처음으로 먹어본 베스킨 라빈스 31의 신제품을 먹어 본 감상에 대한 짧은 포스팅이 그곳에 걸려 있고, 내 블로그의 이름과 블로그 별명이 걸려 있었다.
마스크 개봉기와 사용기가 메인에 걸렸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뜻 밖이었다. 아이스크림 후기는 그야말로 아무 계획없이 충동적으로 만든 포스팅이었는데, 그런 글이 메인에 걸려서 그로 인해 이렇게 많은 방문자가 들어온다는 것이 놀라웠다.
결과적으로 아이스크림 포스팅은 다음 날 새벽까지 메인에 걸려 있었고, 자정까지 방문자는 1만 명이 조금 넘었다. 홈에 걸린 포스팅 사진이 내려가면 다시 원래 방문자 수로 돌아올 것 같았지만 새벽에 클릭해서 들어온 방문자들 때문인지 다음 날도 오후 2시 기준 2천 명이 넘는 방문자가 들어왔다.
메인 화면에 한 번 올라가는 것이 이정도 규모의 방문자를 유입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루 이틀 내로 내 블로그는 다시 변방 시골 마을의 분위기를 풍기게 되겠지만 이번 일로 블로그 포스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전에는 뭔가 써보려다가도 ‘에이, 이런 내용은 벌써 다른 블로그에서도 많이 했겠지. 차고 넘칠텐데 누가 들어오겠어?’라는 생각으로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포스팅들이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포스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퀄리티가 높은 사진을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메인신의 선택을 받은 포스팅의 경우를 보면 아이스크림 사진 몇 장과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케익 하나 찍은 게 전부였다.
그래서 느낀 점...
어쩌다가 운이 좋아 한 번 얻어 걸린 메인 페이지 입성이지만 덕분에 블로그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건 확실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