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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흑백요리사>는 왜 재미있을까?

by R첨지 2024.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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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포스터...맨 앞에 있는 쉐프님은 주성치인 줄...

 

 코로나 이전에 TV만 틀면 요리 예능이 나오던 때가 있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해 온갖 예능에서 유명 쉐프들이 다양한 프로에서 패널로 활약을 했었다. 그러다 2020년 이후 하나 둘 그 인기가 사그러지더니 최근엔 이렇다 할 요리 예능을 보기 힘들어졌다. 그런데 요즘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흑백 요리사>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지금까지 요리 대결 서바이벌 형식의 예능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지간한 프로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할만한 국내 탑급 쉐프들이 서바이벌 경연에 참여하는 형식은 흑백요리사가 처음이다. 하지만 탑급 쉐프들이 경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국내 요리사들이 흑과 백이라는 진영으로 나뉘어 오직 맛으로만 승부를 낸다는 진행 방식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렇다면 <흑백 요리사>의 어떤 점이 이전까지의 요리 예능과 비교해 매력적인지 정리해보려 한다.

 

1. 압도적인 스케일

 <흑백 요리사>의 첫 회 출연 인원은 100명이다. 그 중 80명이 먼저 등장하는데, 이들은 전국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식당의 요리사부터 요리 유투버, 유명 쉐프의 제자, 금식 조리사까지 다양한 분야의 요리 고수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요리 대결을 거쳐 스무 명만 남아 흑수저 요리사를 이루게 된다. 나머지 스무 명은 국내 탑급 요리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자들이기에 80명 중에 살아남은 스무명의 흑수저 요리사들과 대결하는 백수저 요리사들이다. 첫 회를 보면 이들이 한 곳에 모이고 첫 대결로 80명의 흑수저 요리사들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 과정을 위해 40명이 한 번에 요리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2. 날카로운 심사평

 <흑백 요리사>의 심사위원은 단 두 명이다. 한 명은 요식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백종원,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국내 유일의 미슐랭 3스타 쉐프인 안성재 쉐프이다. 출연진들은 백종원이 서민들의 음식에 대한 부분을 맡고, 안성재 쉐프는 파인다이닝류의 고급 음식에 대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백종원과 안성재는 그런 예상을 깨고, 백종원이 안성재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직원이 만든 소스의 맛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안성재가 초등학생 급식 요리사의 반찬과 구성을 분석하는 등, 예상 밖으로 친숙한 요리부터 전문적인 고급 음식까지 정확하고 예리하게 분석하는 심사 모습을 보여, 보는 재미를 더했다.

 

3. 영리한 연출

 요리사들의 요리 장면이나 완성된 요리를 날카롭게 심사하는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제작진들은 이것들을 영리하게 연출했다. 예를 들어, 심사하는 장면을 배치할 때, 간단하고 흔한 요리로 승부를 보는 참가자의 결과를 교차 편집하거나, 서로 다른 종류의 비빔밥을 만든 참가자들의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거나 하는 식으로 마치 라이벌전을 보는 것 같은 재미 요소를 주는 방식으로 편집했다. 게다가 시청자들이 흥미를 가질 것 같은 참가자의 심사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에 한 편을 끝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음 화를 보게 만드는 점도 영리한 연출이었다. 

 

4. 요리 만화를 보는 것 같은 재미

 보통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서로를 견제한다. 뒤에서 험담을 하거나, 서로를 비방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방을 속이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그러나 <흑백 요리사>의 출연자들은 다른 사람의 요리를 보며 감탄하거나 존중하고, 심지어 경력이나 요리의 종류에 관계 없이 배울 점은 배우려는 모습을 보인다. 승패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패착 요인을 면밀히 분석하는 모습은 멋져 보일 정도다. 그리고 초반에 80명이 경쟁을 할 때 스무 명의 백색 요리사들이 높은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경연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의 요리 실력이 상당하기에 저렇게 대단한 사람들 보다 명성이 뛰어난 백색 요리사들은 어떤 요리를 할까? 라는 궁금증을 일으키며, 마치 재밌는 요리 만화의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는 요리 경연 프로인데도 마치 잘 만든 시리즈물 처럼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중간에 끊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재밌는 예능이다. 총 12부작의 초반부는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큰 논란 없이, 마지막까지 이어져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좋은 예능으로 끝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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